<사설>"평생 교수 시대"의 終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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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라는 속설이 점차 사라질만큼 대학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각 대학이 재임용심사제도를 강화하고 실제로 몇몇 대학에선 공부안하는 교수 몇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대학의 경쟁력과 교수의 연구열을 높이기 위한 때늦은 반성이고 바람직한 연구풍토조성이지만 아직은 초입에 불과하다.교수임용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해선 다단계 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교수임용제가 대학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선 심사.임용기구의 공정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이미 탈락한 일부 교수측에선 바른말 하는 사람만 제거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군사정권시절엔 정치적 악용사례도 많았지만 이젠 교육과 연구 이 외의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어선 안된다.특히 사립대의 경우 교수협의회와 재단측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엄격한 평가와 공정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왕 뽑은 교수의 재임용도 중요하지만 처음 뽑을 때 잘 뽑는것이 더욱 중요하다.인맥.학맥(學脈)중심의 형식적 공개채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열린 선발」이어야 한다.명문대를 졸업하지 않고서는 교수가 될 수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서울대 교수 90%,연세대 교수 97%,고려대 교수 80%가본교출신이다.실력보다 사제간.선후배간의 도제식(徒弟式)임용방식이다.미국대학이 임용절차상 가장 꺼리는 동종간 교배(Inbreeding)의 근친상간적 폐습이다.이런 폐습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공정한 교수채용이란 불가능하다.
말이 재임용탈락이지 사실상 탈락위기에 있는 교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서울대 80%,연세대 69%,고려대 74%의 교수가 이미 정년을 보장받은 부교수급 이상이다.대학의 연구열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교수는 이들 부교수급 이상이지만 이들 의 연구열을촉진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연구자의 안정된 생활보장을 무시해선안되지만 보장 위에 잠자는 나태를 깨우칠 장치도 마련돼야 면학(勉學)과 연구열도 더욱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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