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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아이디어 파는 기획집단 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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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출판계의 프리랜서,이른바 출판기획 집단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갈수록 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사회 추세와 독자들의 다양한 정보욕구를 발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는 기성 출판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독자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획집단은 쉽게 말해 아이디어를 파는 사람들.새롭거나 흥미로운 소재를 제공하고 출판사에서 이를 수용하면 신간의 기획과 번역,혹은 집필을 대행한다.제작과 판매는 출판사 몫이다.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곳은 89년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결성된 「과학세대」.서울대 자연대 학회지의 이름을 따고 이곳에 관여했던 8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이후 언론인.
교수.과학저술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현재 회원이 2 0여명에 이른다.번역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이들의 손을 거친 책은 60여권.올해에는 아동용 과학교양서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
91년 서울대 동창생 4명이 모여 발족한 「국제문화」는 일반교양물에 초점을 맞춘 집단.최근 선보인 『문명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1』(사계절)등 10여종을 내놓았다.앞으로는 번역보다 집필쪽에 무게를 둘 계획이다.기획집단들이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아동물쪽.또 어느정도 기업형 모습을 갖추고 있다.92년에 출발한 「햇살과 나뭇꾼」은 40여권에 이르는 아동도서를 번역했다.5명으로 출발한 식구도 이제는 10명.해마다 1~2명의신규직원을 공채하고 있다.
대학에서 그래픽을 전공한 이호백씨가 93년 구성한 「재미마주」는 유아 혹은 국민학교 저학년 대상의 그림책을 15여종 기획했다.역시 같은 해에 시작한 「우리누리」는 역사.예술등 교양물을 70여권 내놓았다.대표작은 『세계음악여행 CD 북』(중앙일보사)과 『위대한 화가,아름다운 그림 70선』(웅진)등.『올챙이 그림책』(전60권)을 선보이며 88년에 문을 연 「보리기획」은 91년에 출판사등록을 마친 특별한 경우.
여성계의 움직임도 주목거리.경희대 국문과 선후배 2명이 세운「사잇소리」는 주체적인 여성상 정립을 목표로 20여권에 이르는책을 번역.집필했다.최근에는 출판보다 연구쪽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여성학 전공자들이 모인 「여울슬」과 「 여성을 위한 모임」▶성균관대 여학생 운동권이 결성한 「사량」등이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이밖에 『시간여행 걸작선』등 SF소설을 전문출간한 「멋진 신세계」도 현재 『유토피아,디스토피아』라는 SF모음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기획집단의 한계는 주로 번역에 의존한다는 점.또 기획안에 대한 별도의 수고료가 없어 번역료와 인세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지만 사람당 1년에 약 3천만원의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함께 기획 분 야도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출판평론가 김영수씨는 『기획은 소재는 물론 제작.영업.광고도책임져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세대」김동광대표는 『전문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라 기획 영역도 확대될 것』이라며 『기획인세 지급등 제도적 정비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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