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운 감도는 이란 … 3차 오일쇼크 뇌관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한다 해도 헤즈볼라가 쉽게 보복에 나서진 못할 것이다.”

마이클 헤이든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은 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내 무장세력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벌일 경우 중요한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런 상황에서 헤이든 국장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하는 데 큰 거리낌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란을 둘러싼 페르시아만의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3차 오일쇼크의 ‘핵심 뇌관’이다. 최근 한 달간 국제 유가는 이란 사태로 요동쳤다. 이런 가운데 전쟁이 벌어진다면 순식간에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춤추는 유가=“핵무기 개발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샤울 모파즈 부총리가 지난달 6일 엄포를 놓자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0달러 높은 배럴당 137달러로 뛰었다. 이달 3일에는 이란의 석유장관 골람 호세인 노자리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이 공격받는다면 맹렬하게 반격할 것이다.“ 그러자 한국 도입 유가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140달러를 넘어섰다.

5일 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정반대 얘기를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쟁은 없을 것이다.” 이날 미국 서부 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33달러 떨어졌다. 3월 19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란은 하루 440만 배럴(2007년 BP 추산)의 원유를 생산한다. 세계 4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압달라 엘 바드리는 “(유사시)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목줄을 쥐고 있다.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곳이다. 에너지 문제 전문가인 코넬리 메이어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에 이상이 생기면 유가가 200달러를 훌쩍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감도는 전운=이란은 나탄즈 지역에 핵시설을 갖고 있다. “순수 민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무기 개발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쟁설은 모파즈 이스라엘 부총리가 지난달 6일 “군사 공격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때맞춰 이스라엘 공군이 지중해 동부와 그리스 상공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란에선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이 나섰다.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인 대응책을 완비해 놓고 있다”고 받아쳤다.

중동에서 시작된 불은 곧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4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새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간의 말싸움은 ‘무력 시위’로 이어졌다. 미 해군 5함대는 7일 걸프해역에서 영국·바레인 등과 함께 5일간의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는 ‘맞불’ 훈련에 나섰다. 해군과 공군 미사일부대 합동으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9일에는 샤하브-3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까지 했다. 사정거리가 2000㎞로 이스라엘을 직접 때릴 수 있는 무기다.

◇불안한 연말=국제적인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PIRA사는 최근 미국·이스라엘이 9월 말까지 이란을 공습할 가능성을 20%, 연말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30%로 전망했다. 5월에 각각 15%, 20% 수준이었던 것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2007년 말 한때 50% 가까이 올라갔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수치다. ‘당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란과 미국도 현재까진 최후의 선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이란 문제에 대해 “첫째 옵션은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군부와 정가는 계속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달 들어 한결 차분해졌다. 정부 대변인 골람호세인 엘함은 5일 서방의 인센티브안에 대해 “이란의 국제적 권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거부 의사였지만 “우라늄 농축 중단이 조건이라면 고려해 볼 가치도 없다”던 지난달에 비하면 전향적이다.

하지만 곧 한계상황이 닥치리란 전망이 많다. 이스라엘과 미국으로서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끝내게 되면 가부간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리는 ABC 방송에서 “이란의 핵개발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끝난다는 첩보를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이 최적 공격시점으로 지적한 “미국 대통령 선거일(11월 4일)과 취임일(내년 1월 20일) 사이”와 정확하게 겹친다. 고유가로 고통받고 세계가 연말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한별 기자

[J-HOT]

▶ 피해 검사 "내가 당해보니 고통 알겠더라"
▶ "독도는 한국땅 " 김장훈, NYT 전면광고
▶ 한참 '뒷북' 한나라 중딩도 비웃지 않을까…
▶ 박근혜 "내가 누구 딸인지 몰라 유세 부탁?" 말·말·말
▶ 3분만에 그린 절벽, 갑자기 종이에서 물이…탄성!
▶ 반기문 총장에 "대한민국 창피하다" 효과 물으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