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D-30] X선 투시기, 보안견 동원 지하철 승객 짐까지 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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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도 지난달 28일 베이징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준공식을 가졌다. 중앙방송국(CC-TV)이 생중계했고, 모든 신문이 총동원돼 준공 소식을 알렸다. 조직위는 “냐오차오를 비롯해 37개 경기장이 선수단 맞을 채비를 끝냈다”고 전했다. 방송은 연일 연예인을 총동원해 올림픽 관련 이벤트를 연출하느라 안간힘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의 기대와 달리 올림픽 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은 ‘사상 최대의 보안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개막을 한 달 앞둔 올림픽 주경기장에 정복 공안 외에 무장 경찰들도 배치돼 검색을 강화했다. [베이징=김상선 기자]

◇위생 검열 강화=베이징의 동쪽 중심지 산위안차오(三元橋) 부근의 화두(華都)호텔. 4성급 호텔이지만 1층의 중식당 푸만러우(福滿樓)만은 일류급이다. 깔끔한 해산물 요리와 베이징 카오야(오리구이) 요리가 일품이다. 점심과 저녁 때면 늘 손님들로 북적댄다. 그런데 이 식당은 올림픽이라는 대목에 오히려 한 달간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올림픽 탓”이라고 귀띔한다. 내용은 이렇다. 우선 시 위생국의 위생검열이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모든 식자재의 구입원, 유통 경로를 일일이 확인해 보고해야 한다. 안전도 문제다. 여러 손님이 모여드는 곳인 만큼 시 공안국의 깐깐한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검사는 수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벌금과 영업정지 조치가 떨어질 판이다.

◇지진에 빼앗긴 관심=조선족 사업가인 심모(42)씨는 올해 초 시내 마이쯔뎬(麥子店) 거리에 3성급 호텔을 열었다. 올림픽을 겨냥한 맞춤투자였다. 지인들로부터 상당액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올해 초 올림픽 기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예약이 밀려들기 시작했지만 심씨는 최대로 숙박비를 올려받기 위해 4월 말까지 예약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초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약 문의가 뚝 끊긴 것이다. “5월 12일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올림픽까지 땅속으로 함몰됐다”고 심씨는 한탄했다. 대지진 이후 인민들의 관심이 지진과 복구로 쏠리면서 올림픽 열기가 급격히 사그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인민들은 올림픽보다는 지진, 테러에 더 관심이 많다”고 심씨는 걱정했다.

실제로 품귀 현상을 예상했던 호텔 객실이 남아돌고 있다. 한 호텔 지배인은 “5성급 호텔의 약 30%, 4성급 호텔의 50%, 3성 이하 호텔의 80% 정도가 올림픽 기간에 빈방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리 거액의 웃돈을 주고 올림픽 기간 중 객실을 예약한 손님만 손해보게 된 셈이다.

◇테러설 잇달아=테러에 대한 공포는 지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지린(吉林)성에서 만난 한 중국 관리는 “요즘 지방에선 베이징 올림픽 기간엔 절대 베이징에 가지 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털어놨다.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공연히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테러 위협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4일 멍훙웨이(孟宏偉) 공안부 부부장(차관)의 말을 인용해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일대에서 분리 독립운동을 전개해온 동투르크스탄 이슬람운동(ETIM) 세력이 올림픽 기간에 테러를 저지를 것이란 첩보가 입수됐다”고 전했다. 안전책임자가 직접 테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대함보다 안전이 우선=안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지하철 내 짐 검사다. X선 투시기, 보안견까지 동원된 엄격한 검사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지하철 젠궈먼(建國門)역을 나서던 승객 장웨이(張衛)는 메고 있던 배낭 속 물건을 다 꺼내 정밀검사를 받은 뒤에야 개찰구를 나설 수 있었다. 검사에 15분이나 걸렸다. 장웨이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투덜댔다. 공안당국은 “큰 짐의 경우 필수검사, 작은 짐의 경우 선별검사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루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 내 짐 검사는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공안당국은 검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테러 위협은 그만큼 현실적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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