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학기술계 홀대해선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소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이공계 출신인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임에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을 내정했다. 행정학을 전공한 안 장관 내정자는 과학기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청와대에서 교육과학 정책을 담당하는 정진곤 수석도 교육계 출신이다. 수석과 장관 모두를 교육계 출신으로 채운 셈이니 과학기술계 홀대라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작은 정부 논리를 내세워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부를 떼어다 교육부에 붙여버렸다.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의식해 이공계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교육 현안에 쫓겨 과학기술 쪽에는 제대로 신경조차 못 쓰다 낙마하고 말았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한 부처로 통합하면 과학기술이 홀대받게 마련이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생생한 사례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구조개혁이란 명분하에 정부 출연 과학기술 연구기관 통폐합을 밀어붙였다. 또 대덕단지 내 주요 연구기관 책임자들을 일괄 교체해 특정 지역 인맥 배제 논란을 낳았다. 과학기술 분야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마구 갈아치웠으니 현장의 사기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이 오늘날 이 정도나마 발전하게 된 데는 ‘과학 입국’의 중요성에 일찍이 눈뜬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로가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두뇌로 먹고 살 수밖에 없고, 그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지난 정부가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 별도 부처로 우대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컨트롤 타워 부재가 이명박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가장 큰 문제다. 개각과 함께 청와대가 비상근 과학기술특보직을 신설하긴 했지만 중심축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청와대에 정보과학기술수석을 별도로 두거나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개편해 상임위원장에게 중심축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계를 홀대한 후유증은 10~20년 후 국가경쟁력의 치명적 약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한국의 과학기술을 후퇴시켰다는 역사의 지탄을 받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