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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중소기업의 숨은 거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독일은 「중소기업 대국(大國)」으로 불린다.지멘스나 다임러 벤츠.폴크스바겐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물론 적지 않다.그러나이 경제대국의 수출과 성장과 일자리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떠받친다. 하나의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70%내지 90%까지 지배하는 독일 중소기업이 5백개라니 얼른 믿어지지 않는다.대기업들도여간해서는 꿈도 꾸어 보지 못할 시장점유율이다.
독일의 경영자문가 헤르만 시몬은 이들을 「숨은 승리자」로 부른다.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고,애써 알리려 들지도 않는다.
제품의 명성 때문에 기업이름은 알아도 그 기업의 주인은 더욱 모른다.독일에서는 개개 기업인의 성공을 사회적으로 떠벌리지도 않는다. 중소기업인들은 웬만해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일하는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헤르만 시몬은 저서 『숨은 승리자-알려지지 않은 세계시장 지도자들의 성공전략』(Die heimlichen Gewinner-Die Erfolgungstrategien unbekannter Weltmarktfuehrer)을 통해 이들 의 성공원인분석을 시도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그 일부내용이 소개됐다.예를 들어 하우니(Hauni)는 담배제조기 시장의 90%를 점하고 있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AP).마르크린(모델 철로).레이볼드(코팅및 진공기술)등 유명 중소기업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에게 이름조차 생소하다.그러나 각기 해당 분야에서 세계1위 내지 2위,유럽 1위는 보통이고 연간매출은 거개가 15억마르크(8천억원)이상이다.하버드경영대학원 출판사는 『숨은 챔피언들-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5백기업의 교훈』이라는 이름으로 영어번역판을 준비중이다.
개개 기업의 면면보다 그 성공뒤에 숨은 동인(動因)이 관심을끈다.이들의 경쟁우위는 품질(38%),기술혁신(16%),생산의일체성(15%)등 제품의 질이 69%를 점한다.한 눈을 팔지 않고 자기분야에서 세계최고를 추구해 온 결과다 .중소기업이 웬만큼 커지면 대기업을 꿈꾸고 이곳저곳 으로 분야를 확장하려 든다.이들은 이런 유혹을 마다하고 제품과 기술 및 서비스의 질을유지하는 데 진력해 왔다.경쟁력의 약화는 곧 그 기업의 죽음이다. 정부가 나서 도와 주지도 않는다.독일의 중소기업정책은 「Selbst-hilfe(自助)」다.스스로의 보폭(步幅)과 스타일을 견지하고 기업 이기(利己)에 고집스레 집착한다.경영자문가들의 「복음」도 이들에게는 허튼소리다.이 이기의 구슬 들이 하나의 단단한 틀로 꿰어진 것이 「중소기업 대국」독일이다.
PC를 개발한 하이테크의 귀재 스티브 잡스는 창조성은 독창적고안이라기보다 보고 경험한 것을 연관시켜 새로운 것으로 종합해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정보산업화가 촉진되면서 거대기업들은 분야별로 계속 쪼개지고 하이테크나 전통산업을 가리지 않고 작은단위들을 연결지어 하나의 큰 가치를 창출하는 일(connecting)이 갈수록 중요해진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속담도 있다.꿰는 정책의 기술도 튼실한 구슬도 많지 않은데 우리 중소기업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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