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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허공에 날린 10조원 … 국내 주식형 펀드 번지점프를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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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가가 떨어지는 데는 장사가 없었다. 올 상반기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337개는 모두 원금을 까먹었다. 1분기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며 선전한 정보기술(IT)과 삼성그룹주 펀드조차 2분기의 주가 급락 탓에 상반기 누적으론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연초 75조5000억원이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도 6월 말 72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상반기에 7조4000억원이 새로 펀드에 투자된 걸 감안하면 10조원 이상 손실이 난 셈이다.

채권형 펀드가 그나마 2.5% 수익률을 냈으나 투자자로부터는 외면당했다. 지난해 ‘대박’ 수익률을 경험한 펀드 투자자에게 은행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 성에 찰 리 없었다. 대신 파생상품을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가 큰 인기를 끌었다. ELS·ELF는 주가가 미리 정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10~20%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다만 상반기엔 주가 등락폭이 워낙 커 ELS나 ETF에서도 손실을 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해외 펀드에선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을 한 덕에 원자재나 기초소재 분야에 투자한 펀드는 짭짤한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36%가 넘었다. 상반기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침체한 것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까운 실적이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에 투자한 펀드도 성적이 좋았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한 일본 펀드도 2분기 7% 수익을 내며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해외펀드의 꽃이었던 중국·인도 펀드는 참담한 실적을 냈다. 1년 수익률조차 마이너스로 떨어져 지난해 하반기 번 것을 다 까먹고도 원금까지 손실을 봤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인 탓에 글로벌 금융회사에 투자한 금융섹터 펀드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6%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펀드 성적이 들쭉날쭉한 탓에 자산운용사 순위에도 변화가 컸다. 지난해 6월 말 처음 펀드를 내놓아 평가 대상에 끼지 못했던 JP모간이 올 상반기 운용 성적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7위까지 밀렸던 유리운용도 5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한 ‘유리스몰뷰티주식형’ 펀드가 선전한 덕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부운용은 지난해 이후 꾸준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가치주 투자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한국밸류도 선두권을 지켰다.

2004년 이후 펀드 수익률을 보면 해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대박 수익률이 난 이듬해는 성적이 나빴고, 반대로 수익률이 죽 쑨 다음해는 효자 노릇을 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최상길 전무는 “초보 투자자일수록 펀드 성적의 흐름을 거꾸로 타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펀드를 갈아타다간 손실만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 상반기 시장은 펀드로 단타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며 “다만 장기투자자에겐 주가가 떨어질 때가 기회”라고 덧붙였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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