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가 그나마 2.5% 수익률을 냈으나 투자자로부터는 외면당했다. 지난해 ‘대박’ 수익률을 경험한 펀드 투자자에게 은행 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이 성에 찰 리 없었다. 대신 파생상품을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가 큰 인기를 끌었다. ELS·ELF는 주가가 미리 정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10~20%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다만 상반기엔 주가 등락폭이 워낙 커 ELS나 ETF에서도 손실을 본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해외 펀드에선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을 한 덕에 원자재나 기초소재 분야에 투자한 펀드는 짭짤한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36%가 넘었다. 상반기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침체한 것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까운 실적이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에 투자한 펀드도 성적이 좋았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한 일본 펀드도 2분기 7% 수익을 내며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해외펀드의 꽃이었던 중국·인도 펀드는 참담한 실적을 냈다. 1년 수익률조차 마이너스로 떨어져 지난해 하반기 번 것을 다 까먹고도 원금까지 손실을 봤다. 미국발 신용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인 탓에 글로벌 금융회사에 투자한 금융섹터 펀드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6%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2004년 이후 펀드 수익률을 보면 해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대박 수익률이 난 이듬해는 성적이 나빴고, 반대로 수익률이 죽 쑨 다음해는 효자 노릇을 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최상길 전무는 “초보 투자자일수록 펀드 성적의 흐름을 거꾸로 타는 경우가 많다”며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펀드를 갈아타다간 손실만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 상반기 시장은 펀드로 단타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며 “다만 장기투자자에겐 주가가 떨어질 때가 기회”라고 덧붙였다.
증권팀=정경민·최현철·김선하·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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