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빈곤·소아마비 퇴치, 꿈을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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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인으로선 처음 국제로터리 회장에 오른 이동건(70·사진) 부방 회장이 1일 미국 시카고에 있는 본부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첫날에 네 건의 회의와 모임에 참석한 뒤 곧바로 해외 순방 길에 나섰다. 8월20일까지 아시아와 호주·뉴질랜드,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하는 강행군을 한다.

국제로터리 회장으로서 첫 방문국은 한국으로 정했다. 3일 오전 서울에서 만난 그는 불과 몇 시간 전 태평양을 건너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취임 첫날, 감개무량했습니다. 한국 로터리의 꿈이었던 한국인 국제로터리 회장이 됐으니까요. 저보다 훌륭한 분도 많은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각오입니다.”

국제로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원 봉사단체다. 세계 203개국에 120여만 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1905년 미국에서 변호사인 폴 해리스의 주도로 설립된 뒤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민간 외교의 장으로 성장했다. 회장은 전세계를 다니며 클럽의 목표인 빈곤 퇴치 와 기아 대책 등을 위해 국가 원수와 만나기도 하는 등 민간외교 활동을 펼친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빈곤 퇴치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다음주 일본에서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그의 양복 재킷에 새겨진 표어가 눈에 띄었다. “꿈을 현실로(Make dreams real).” 그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테마로 삼은 표어다. 이 표어는 태극 문양을 활용하여 만든 배지에도 들어가 있다. 회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전세계 회원들이 이 배지를 착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그의 1년 임기 동안 로터리의 행사에는 태극기가 게양되며, 애국가가 울려 펴진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내년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로터리 세계 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소년들이 각국의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때 태권도 도복을 입을 예정입니다. 행사에 태권도 시범과 한국 전통 무용 공연도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매우 기쁩니다.” 서울에서는 2016년 세계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장으로서 그의 꿈과 목표는 무엇일까. “2006년 말 차차기 회장으로 지명된 이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영·유아 사망률 통계를 접했죠. 유니세프에 따르면 1년도 아니고 하루에 무려 2만6000명의 5세 미만 아이들이 영양 부족으로 죽는다고 해요. 충격적이죠. 그래서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어머니들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도록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북한 아이들을 도울 방법도 강구 중이다. “북한에 로터리 단체가 있지 않으니 제약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을 돕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국제로터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소아마비 퇴치 사업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소아마비 퇴치에 써달라며 1억 달러를 기탁해와 고무돼 있다.

한국에 첫 로터리 조직이 생긴 것은 1927년. 현재 회원 수가 미국·일본·인도에 이어 4위다. 재단에 대한 재정 등의 기여도는 미국·일본에 이어 3위다. 그가 로터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부방의 창업자인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국제로터리 3660지구의 총재를 지내셨어요. 아버지를 본받고 싶은 생각에 저도 71년 가입을 했죠.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회장직을 맡은 것을 보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1년 후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최고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한 회장으로 기억해주면 가장 좋겠습니다.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탓은 저에게 돌리면서 인내하고, 조화롭게 조직을 이끌고 싶습니다. 1년 뒤에도 계속해서 빈곤 퇴치와 기아 대책 등을 위해 힘쓸 생각입니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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