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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산책>"옥보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동양의 고전에서 성은 주로 해학의 대상이었다.
간간이 있는 그대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슬쩍 돌리거나 한자락 깔면서 「은근한 맛」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오늘의 관객들은 확실히 대담해지고 있다.그들은 이미 상세한묘사까지 감상할 준비가 돼있다』는 조 에스터하스(『원초적 본능』『쇼걸』의 각본가)의 말은 동양권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것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옥보단』(SKC)은 「남녀상열지사」를 충격적인화면으로 다루면서도 코믹성을 가미해 지난해 서울지역 40여만명을 포함,전국적으로 70만명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흥행이변을낳은 화제작이다.
별다른 스토리없이 단순히 행위로 시작해 행위로 끝내버리는 국산 성인영화와 차별성을 확보하고 보기드문 중국의 에로티시즘을 본격적으로 그렸다는 점이 흥행성공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원작인 『육포단』은 그 적나라한 표현 때문에 중국에서 4대 금서중 하나에 해당됐던 작품.
홍콩 골든 하베스트사가 만든 이 영화는 93년 수입이 시도됐으나 공륜 수입심의에서 제동이 걸려 3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가지난해 홍콩판 대신 덜 야하다는 대만판으로 개봉이 결정됐다.
감독은 중국의 현대사를 그린 영화 『성항기병속집』을 만들었던머당제(麥當傑).
줄거리는 지나치게 색탐을 하는 자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인 틀을 갖추고 있다.
시와 서화에도 능한 플레이보이 미앙생은 색을 삼가라는 고봉대사의 가르침을 비웃는다.
고향에 돌아온 미앙생은 정숙한 처녀 옥향과 결혼한 뒤 그녀에게 성교육을 시킨다.
대낮에도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장인이 꾸짖자 가출,뭇 여성을 희롱하고 다니다 폐인이 되고 옥향도 하인과 불륜관계를 맺은 뒤 쫓겨나 몸파는 기생이 돼 패가망신한다는 내용이다.그 와중에서 최고의 정력가가 되기 위해 수술받는 장면이나 옥향이 하인과 목욕탕에서 벌이는 정사장면 등 예전에 보지 못한 적나라한 장면이 많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대사도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성항기병속집』의 쉬진장(徐錦江),『영환마담』의정처스(鄭則士),『하일군재래』의 우자리(吳家麗)등 이름있는 배우들이 나신연기도 불사하는 조연으로 등장,극의 흐름을 받쳐주고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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