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석유값 춤추게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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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석유값이 앞으론 날씨에 크게 영향받을 전망이다. 옥수수로 만든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옥수수 최대 산지인 아이오와·위스콘신·인디애나주 등 미시시피강 일대에서는 한 달째 내린 폭우로 경작지들이 침수되면서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에탄올 가격은 지난 한 달 19%나 뛰었다.

자동차·기차 등 대중교통에서 바이오 연료를 쓰는 비율은 현재 6%에 불과하지만 2020년께면 20~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 정도의 추가 생산능력을 지녔던 1980년대와는 달리 요즘은 수요 증가에 즉각 대처할 여력이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선 에탄올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유가는 갑자기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도 미국의 곡창지대인 중서부 지방에 큰 홍수 또는 가뭄이 닥치면 바이오 연료값이 크게 뛰고, 유가가 동반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뿐만이 아니다. 텍사스주 멕시코만 일대 유전도 강력한 허리케인이라는 기후 변화에 의해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원유 공급이 줄어 기름값이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멕시코만 연안 정유시설을 덮쳐 많은 생산 시설이 가동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배럴당 2달러 수준이던 유가가 순식간에 3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중서부에 대홍수가 날 가능성은 아주 작다는 이유로 유가와 연관시켜 기후 변화 문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미 중서부 지방에 이번처럼 집중 호우가 쏟아진 건 20여 년 만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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