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서울 태평로에서 시위대가 경찰에게서 빼앗은 방패와 진압봉으로 물대포를 막으며 경찰버스를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남모(21) 상경의 머리와 손가락에는 흰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고, 누군가가 손가락을 발로 짓밟았다고 했다. 남 상경은 “처음 쇠파이프로 맞았을 때는 무서워서 아픈 줄도 몰랐다. 차벽 쪽으로 도망가다 쓰러졌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28일 자정께, 남 상경과 같은 중대 동료 10여 명은 코리아나호텔 근방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시위대 20~30명이 밧줄로 이들을 에워싸고 “죽여라! 무장해제시켜라!”고 소리쳤다. 방패를 뺏고 진압복을 벗긴 뒤에는 발로 차거나 유리병을 던졌다. 이곳 저곳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나왔다. 이때 쇠파이프가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 상경은 한동안 맞다 다른 시위대가 몰려오는 틈을 타 도망쳤다. 곧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자 의료진이 보였다. 침대엔 새빨간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경찰과 시위대의 극렬한 대치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어젯밤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고 있다. [뉴시스]
28일 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남모 상경. [사진=김형수 기자]
쇠파이프에 맞아 목에 깁스를 하고 있던 이모(19) 일경도 말했다. “사실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우린 군 복무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쇠파이프나 망치·낫 같은 게 등장하는 걸 보면 정말 죽겠다 싶고 무섭습니다. 누가 양보하든 제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전경은 인터뷰가 끝난 뒤 이름과 소속이 나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을 찍는 것도 꺼렸다. 경찰병원 공보담당 신지혜씨는 “최근 사진에 찍히면 그 전경 신원을 알아내는 네티즌들이 있다.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가족들까지 괴롭히니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변창규 외과 과장은 “쇠파이프로 맞아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거나 팔다리가 부러진 이들도 많아 수 주씩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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