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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죽여라” … 전경 “살려달라 외쳤지만 쇠파이프 날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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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8일 밤 서울 태평로에서 시위대가 경찰에게서 빼앗은 방패와 진압봉으로 물대포를 막으며 경찰버스를 공격하고 있다. [뉴시스]


남모(21) 상경의 머리와 손가락에는 흰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고, 누군가가 손가락을 발로 짓밟았다고 했다. 남 상경은 “처음 쇠파이프로 맞았을 때는 무서워서 아픈 줄도 몰랐다. 차벽 쪽으로 도망가다 쓰러졌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28일 자정께, 남 상경과 같은 중대 동료 10여 명은 코리아나호텔 근방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시위대 20~30명이 밧줄로 이들을 에워싸고 “죽여라! 무장해제시켜라!”고 소리쳤다. 방패를 뺏고 진압복을 벗긴 뒤에는 발로 차거나 유리병을 던졌다. 이곳 저곳에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나왔다. 이때 쇠파이프가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 상경은 한동안 맞다 다른 시위대가 몰려오는 틈을 타 도망쳤다. 곧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자 의료진이 보였다. 침대엔 새빨간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경찰과 시위대의 극렬한 대치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어젯밤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고 있다. [뉴시스]

“며칠 전에도 여기 병원에 왔었습니다.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에 끼었다가 숨쉬기가 힘든 과호흡 증세가 나타나서요. 뼈가 깨질 것 같고 이러다 정말 압사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들이 뒤로 간신히 빼줘 살아났어요.”

28일 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남모 상경. [사진=김형수 기자]

그러나 남 상경은 병원에서 링거만 맞고 다시 집회에 나가야 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나가나’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시위에 투입된 지 이제 50일이 넘는다. 남 상경은 “시위대에 나쁜 감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밥을 먹고 있는데 시위대 쪽에서 까나리젓에 식초를 섞은 폭탄이 날아와 눈과 몸이 엄청 따가울 때, 유리병에 발이 찢길 때는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쇠파이프에 맞아 목에 깁스를 하고 있던 이모(19) 일경도 말했다. “사실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우린 군 복무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쇠파이프나 망치·낫 같은 게 등장하는 걸 보면 정말 죽겠다 싶고 무섭습니다. 누가 양보하든 제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일부 전경은 인터뷰가 끝난 뒤 이름과 소속이 나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을 찍는 것도 꺼렸다. 경찰병원 공보담당 신지혜씨는 “최근 사진에 찍히면 그 전경 신원을 알아내는 네티즌들이 있다. 미니홈피에 들어가서 가족들까지 괴롭히니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변창규 외과 과장은 “쇠파이프로 맞아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거나 팔다리가 부러진 이들도 많아 수 주씩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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