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영·프·독 “다음 승부는 환경서 결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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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프랑스·독일이 환경 선진국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산업인 친환경 정책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유럽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다. 영국은 최근 200조원이 넘는 메가톤급 환경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유럽 기후에너지 조약’을 들고 나와 맞서고 있다. 유럽의 환경 대국인 독일에선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각종 친환경 정책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영국의 그린 혁명=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재생에너지 이용을 이른 시간 내에 10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그린혁명’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계획을 위해 영국 정부는 앞으로 12년 동안 1000억 파운드(약 207조원)를 투입한다. 이 돈은 풍력발전장치 7000대 건설 사업 등에 쓰인다.

존 허튼 산업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이용 비율 확대는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15%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6년에는 1.5%에 불과했다.

올해는 풍력발전량이 처음으로 수력발전량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풍력발전 왕국인 독일을 모델로 삼았다. 2006년 기준으로 풍력발전 생산량은 영국이 1963㎿, 프랑스가 1567㎿인 데 비해 독일은 10배가 넘는 2만600㎿에 달한다. 풍력발전은 환경 보호 정책인 동시에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다.

◇프랑스 “최대 역점 사업은 환경”=프랑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에 오른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의장으로서 최대 역점 사업을 환경에 두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의장국 임기 6개월 동안 각국 의견을 조율해 12월에 ‘기후 에너지 조약’을 마련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교토의정서의 유럽판이 될 이번 조약에는 CO2 배출 규제 범위와 방법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2020년까지 CO2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30%까지 줄이자는 내용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가 들고 나온 이 조약은 국제무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처해 온 ‘환경 리더’ 자리를 빼앗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 루이 보를루 환경장관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나 같지만 어떻게 추진할지와 돈 문제가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특히 동·서 유럽이 이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6개월 동안 각국 정부와 의견을 조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3년 동안 할 일을 6개월에 해 내겠다는 각오다. ‘벨리브’ 자전거 혁명으로 주가를 높인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내년부터 자동차 대여 서비스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오토리브’라 명명된 무인자동차 대여를 위해 공해가 적은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4000대를 파리 시내 곳곳에 배치할 예정이다.

◇‘환경 모범국’ 독일=메르켈 총리는 최근 화물차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CO2 배출량에 따라 2배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통행료는 ㎞당 최고 15.5유로센트(약 250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CO2 배출이 많은 차량의 경우 28.7유로센트를 내야 한다. 자동차세도 CO2 배출에 따라 차등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온 독일은 이미 90년에 비해 CO2 배출량을 20.4%나 줄여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환경 모범국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2020년까지 유럽 각국의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어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독일 남부의 소도시 마르부르크시는 10월부터 새로 짓는 주택에 태양열 집열판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프랑스 일간 레제코가 보도했다. 새로 짓는 집은 모두 온수와 전기를 자체 생산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태양열 집열판 설치는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싼 편이다. 일반 단독주택의 경우 5000유로(약 800만원) 정도면 된다.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 1000유로를 내야 한다. 최근 브레멘 시 당국은 자동차의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독일의 상징물인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을 둔다고 발표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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