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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재건축 막는다고 부동산값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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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집값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번엔 최근 일부 오름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주요 표적인 모양이다. 초고층 아파트의 재건축을 불허하고, 분양가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제는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을 건설교통부가 직권으로 중지하거나 분양승인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이다. 지난해 발표한 10.29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는 듯하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강남의 집값을 붙들어 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대책은 애초부터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지난해 이후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책들을 보면 한결같이 공급을 줄이는 것뿐이다. 새로운 택지를 찾기 어려운 강남지역에서 재건축은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를 막는 것은 신규 주택공급을 줄이는 일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시차를 두고 결국은 값이 오르게 돼 있다.

특히 건교부가 분양가를 낮추는 데 집착하는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딱할 지경이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할 경우 최초 분양자만 덕을 볼 뿐 결과적으로 가격인하의 효과는 전무하다. 두 번째부터는 어차피 시장가격으로 거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남의 모든 부동산거래에 간여해 일일이 집값을 규제하려는가. 분양가 규제를 통한 가격 안정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 착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어떤 대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는 집값 안정의 첩경은 지속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뿐임을 누차 천명했다. 강남의 집값을 잡으려면 강남 못지않은 주거환경을 가진 주택을 계속 지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대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그걸 못 참고 반시장적인 단기대책을 남발할 경우 일시적으로 집값이 움츠러들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시장의 압력에 못 이겨 원상복귀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