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정책 토론회] 下. 외교·안보

중앙일보

입력

*** 참석자

박 진 한나라당 의원
장성민 새천년민주당 총선기획단장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 (당 국제협력특위 위원장)

◇사회=안희창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겸 논설위원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주요 정당들의 총선공약은 각 정당의 성향에 따라 전반적으로 뚜렷한 시각차이를 보였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 등 3당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으나, 민주노동당은 단계적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공약의 구체적인 항목에 들어가면 정당별로 찬반이 중복되거나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는 지난 5일 3당의 외교.안보분야 브레인들을 초청, 토론회를 열고 각 당의 구체적인 입장과 주장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

▶사회=주한 미군 재배치에 따른 국방비 인상에 대한 견해는.

▶박진 의원=국민의 안보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국방비는 늘려야 한다. 한나라당은 국방예산을 19조원에서 27조원으로 40% 이상 늘리겠다. 첨단장비 구입과 기술집약적 전력 확보를 통해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다만 단기간에 예산을 늘릴 수 없으므로 앞으로 3~4년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장성민 기획단장=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해도 대북 억지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정밀무기로 현대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예산은 현 상태를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줄여나가야 한다. 감액분은 고령화 사회 대비 등 사회복지비로 전환하거나 대북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

▶유재건 의원=현대전은 첨단화.경량화.신속화가 관건인 데다 미국이 전력보강을 천명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이 재배치되더라도 큰 안보 공백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과의 협력적 자주국방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국방비를 약간 늘려야 한다.

▶사회=북한 핵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장성민=부시 정부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을 폐기(CVID)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기술적으로 고농축우라늄(HEU)은 검증이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이 주장하는 CVID는 해결책이 아니라 정치적 공세라고 본다. 따라서 미국이 한발 물러나 일괄타결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유재건=CVID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전술이기 때문에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핵폐기와 보상을 함께 이행하는 동시행동에 나서야 한다. 미국 민주당도 핵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므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북측도 이런 미국의 입장을 직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박진=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핵폐기 선언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유화정책 일변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화와 함께 압박과 제재도 필요하다. 따라서 한.미 공조를 통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회=대북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북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박진=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금지원은 신중해야 한다. 아직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 지원은 어디까지나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재건=긴급구호 차원의 대북지원은 계속하면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지원도 해야 한다. 물론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 중장기적인 북한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만들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장성민=대북 지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경제적 실리 차원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서독은 동독 지원을 통해 변화를 유도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땅을 주고 평화를 사지 않았나. 대북 지원은 퍼주기가 아니라 북한 경제를 살려 통일비용을 낮춘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해야 하나.

▶유재건=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마당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또 현실적으로도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적 대신 '직접적 위협'이라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

▶장성민=북한이 한국의 안보에 최대 위협적인 세력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국방백서에 굳이 '주적'이라고 명시해서는 안 된다. 주적을 명시함으로써 한반도에 조성된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 우리 군이 내부적으로는 주적 개념을 갖되 이를 외부에 공포해서는 안 된다.

▶박진=현 정부의 포괄안보 개념은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주적 문제를 의도적으로 희석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주적 개념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안보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방어적 의미에서의 주적 개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사회=유엔에서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장성민=유엔 결의안을 포함해 북한 인권문제는 중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자들로 하여금 인권문제가 개선되지 않고는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유재건=1년에 한번 하는 유엔의 결의안만으로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유엔 인권위에서도 이런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되,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기권하는 게 옳다.

▶박진=햇볕정책의 치명적 결함은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도외시한 것이다. 우리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 정권이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정부가 유엔 인권위 표결에 불참한 것은 잘못이다.
정리=이동현, 사진=신동연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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