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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몰락하는 미국 중산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경기(景氣)의 양극화(兩極化)현상이 주목받고 있다.전체경제는성장을 거듭하는데도 그 혜택은 갈수록 특정분야,특정 기업그룹들에 편중되는 현상이다.미국의 경우는 좀 더 극적(劇的)이다.
증시의 주가지수는 천장 모르게 치솟고 기업들의 수익과 생산성은 상승가도를 달린다.인플레도,금리도 하향안정세다.그럼에도 중산근로계층의 생활은 날로 핍박해지고 있다고 아우성들이다.「사업은 잘되지만 너희들은 해고」라는 식의「활황속 해고 」가 꼬리를문다.소득서열의 중간(median)에 위치한 미국 중산층의 연간소득은 79년이후 16년동안 4.6% 줄어들었다.반면 상위 5% 소득계층은 29%,상위 1%계층은 78%나 늘었다.비농업부문 근로자의 시간당 산출량은 연간 3.1%씩 증가하는 데 반해 임금소득은 평균 2.3% 줄어드는 꼴이라고 한다.「중산층 자본주의의 위기」로 불린다.
소득분포상의「새 불평등」은 미국사회를 네개의 계층으로 갈라놓고 있다.부유한 엘리트계층이 맨꼭대기다.날로 소외돼가는「언더 클래스」(하층계급)가 맨바닥이다.이 양극사이에 오랫동안 거대한하나의 중산층이 버텨왔다.그러나 중산층은 더 이 상 하나가 아니다.높은 수준의 교육과 기술로 무장된 전문 고급인력계층이 위를 향해 내달린다.시대의 각광을 받는 「글라스 타워(유리탑)」계층이다.반(半)숙련 또는 그저그런 기술과 교육정도를 지닌 대부분의 근로계층이 그 다음이다.실질임 금이 줄어들고,생활수준이정체 또는 열악해지고,경제적 불안이 가중되는 계층이다.중산층은「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고도의 경제적 안정을 누리는 계층」을 의미해왔다.이들은 더 이상 그 중산층이 못된다.평생을거의 한 직장에서 봉직 하고,기업들은 꾸준하게 이윤을 내며 어버이처럼 근로자들을 보살펴주던 시대도 지났다고 한다.
누가 중산층을 죽이는가.원인으로 네가지가 주목받는다.하이테크화의 기술진보가 첫째다.산업전반에 생산성과 효율을 가져오며 인력소요를 줄인다.이 분야고급인력들은 더욱 우대받는다.무역과 노조세력의 약화,이민증가가 그 다음이다.무역자유화에 따른 싼 수입품과 해외생산거점이 본국인들의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한다.노조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노임이 싼 비숙련 이민노동력들이 파고들어 일자리는 물론 근로조건까지 떨어뜨린다는 주장들이다.원인의60%는 기술변화 탓이고 10%가 무역,그리고 30%는 노조약화와 이민증가,글로벌화를 포함한 여러 요인간의 상승작용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민주자본주의가 이 불평등을 얼마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하는의문이 새삼 제기되고,반(反)자유무역과 반(反)이민이 반(反)자본주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마저 고개를 든다.「만인을 위한 번영」이 중산층의 신화다.모두가 중산층 으로 자처하는동류(同類)의식도 여기서 연유한다.새 불평등이 이 사회계약의 근저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우리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의 문제다.
(본사 칼럼니스트) 변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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