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앤드차일드>금요일의 추억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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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30대의 나이에도 아직 어릴 적 시골내음을 그리워하며 추억속에 미소 짓는 나는 도시의 콘크리트속에 사는 우리 아이들의 조그만 맘속에 자연의 향기와 푸르름을 심어주고 싶은 욕심에 금요일의 여행을 1년 넘게 시도하고 있다.
위로는 큰 딸 정안이(대명국교 2년)와 유치원생인 둘째딸 정경이,그리고 세살배기 아들 필종이와 떠나는 이 추억만들기 여행은 교통이 복잡한 주말보다 평일인 금요일,가까운 근교나 공원으로 장소를 잡는다.
아빠와 함께 가지 못하는 게 섭섭하기는 하지만 엄마에게 하고싶었던 말이나 친구들 이야기,선생님 이야기,동화 속의 주인공 이야기 등 말 그대로 진솔한 우리들의 생활이야기가 자연을 벗삼아 자연스레 꽃을 피운다.
우리는 분원리의 전형적인 시골찻집에 들러 낫.호미.맷돌을 구경하기도 하고,호젓한 강가에 가서 물가에 노니는 새들의 이름을알아 맞히고 멀리까지 던져보는 돌멩이에 마음을 담기도 한다.
나뭇가지에 얽혀있는 거미줄 사이로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를 보고 놀라 소리치기도 하고,길가의 코스모스와 키자랑도 해본다.어떤 때는 지금은 아무 친척도 없는 옛 시골외가 마을에 가서 엄마의 추억어린 향수를 들려주기도 하고,의정부 가는 길의 한 노천카페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호일에 싼 감자를모닥불에 구워먹기도 한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짧은 거리의 여행이지만 우리들은 피부로 느끼고 한결 산뜻한 몸과 맘으로 돌아오곤 한다.
억세고 욕심많은 이 세상에 그래도 추억을 돌아보며 아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해줘야 할 엄마의 몫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금요일의 여행을 꾸준히 준비한다.
김선희〈서울강동구상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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