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냉온탕식 기업정책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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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동안 냉랭했던 정부와 재계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같다.비자금파문 이후 잔뜩 움츠러든 기업인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5일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경제인들을 격려한데 이어 나웅배(羅雄培)부총리가 통산부장관.청와대경제수석과 함께 10일 전경련(全經聯)회장단과 상견례겸 오찬회동을 갖기로 했다.羅부총리는 또 9일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달 중순께는 중소기협중앙회 회장단과도 만날계획을 갖고 있다.재계는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일단 관계개선의 신호로 보고 있는 것같다.
정부와 재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나라경제를 생각해서도 다행스런일이다.지금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별로 좋지 않다.아직도 비자금사건과 관련된 조사가 진행중이고,4월 총선을 앞두고정국이 계속 불안한 상태다.이런 불안국면이 가 시지 않는한 경제를 바로세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이런 점을 우려해 기업의욕 진작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羅부총리도 취임 일성에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인위적인 재벌정책은 취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다분히 정치적 필요에서 기업인을 겁주고 달래는 식의 기업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과거 정권에서도 어떤 문제가생기면 정부는 걸핏하면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단죄해 기업의욕을 꺾곤 했다.그래 가지고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경쟁력 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정부가 기업인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대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하고 경영혁신을 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그것은 법으로 관리하면 된다.경제의 활력은 기업인들이 신명나게 뛸 수 있는 환경조성이 될 때 가능한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앞으로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업을 냉. 온탕식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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