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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집중 포격에 右우익ㆍ左승준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단행된 청와대 쇄신을 앞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기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자 중앙SUNDAY는 “한나라당의 공격에 청와대의 류우익ㆍ곽승준 라인이 결국 무너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도 류 실장은 새 얼굴 발탁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중앙SUNDAY 기사 전문이다.

윤창희 기자

20일 발표된 청와대 쇄신의 폭은 예상보다 컸다. 수석 9명 중 7명이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류유익 대통령실장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까지 무장 해제됐다. 정권 출범 100일을 갓 넘긴 시점에 권력 핵심부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의 공격에 청와대 라인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시각각 급변한 살생부

쇠고기 사태로 촉발된 인적 쇄신 방향을 놓고 당ㆍ정ㆍ청이 벌인 한 달 논란의 한가운데엔 류우익 실장이 있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류 실장을 겨냥한 당 신주류와 쇄신파의 공격은 집요했다. 비판은 주로 “교수 출신인 그가 각종 인사를 주도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번 개편에서 비서실을 정무팀과 정책팀 등 두 개의 팀제로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런 류 실장체제에 대한 문제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류 실장은 최근 측근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인사 추천위원장으로서 인사에 책임이 있다면 피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인사에 전권을 휘둘렀다는 식의 비판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번 인적 쇄신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 실장 등 이른바 ‘빅 2’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의 상충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최소 한명은 교체돼야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류 실장이 물러나면 한 총리가 남고, 한 총리가 떠나면류 실장이 유임되는 분위기였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확산 조짐을 보이던 6일 오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할 때만 해도 ‘류 실장 퇴진, 한 총리 잔류’ 기류가 우세했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8일자 중앙SUNDAY를 통해 벌어진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 비서관 사이의 지면 설전이 정가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무렵 ‘박근혜 총리론’이 급부상한다. 쇠고기 국면 전환을 위해 박근혜ㆍ이회창 두 인물을 끌어들이는 보수 대연합 구상도 등장했다. 박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류 실장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그를 엄호하려는 청와대 일부 인사의 기대도 담겼다. 박영준 전 비서관의 전격 경질도 류 실장 보호를 위한 약한 고리 치기라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류 실장에게 불리하게 전개됐다.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진보와 한판 붙자는 것”(홍준표 원내대표), “지금은 때가 아니다”(임태희 의장)며 당 간판들이 연이어 제동을 걸었다. 12일 이상득 의원의 일선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친이 소장파 그룹은 류 실장의 유임 조짐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 쇄신파의 일원인 김용태 의원은 “청와대의 초기 혼란은 수석이 비서관조차 임명하지 못하고 몇몇 측근이 인사를 독점했던 시스템의 문제가 컸다”면서 “이들이 물러난 것은 뒤늦게 청와대가 민심을 수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건재한 이상득

곽승준 전 수석의 경질도 주목할 부분이다. 막판까지 정치권은 대통령의 신임을 감안해 그의 유임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경질은 이미 17일께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주공ㆍ토공 통합 등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 당과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것이 경질 사유가 됐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는 임태희 의장과 정부 출범 1년 안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곽 전 수석 간에 뚜렷한 의견 차이가 있었고 주무 장관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 의장 쪽에 동조하면서 곽 수석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지금 정부가 계획대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11일),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국민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면 추진할 수 없는 것”(20일)이라고 제동을 걸자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이를 반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국정기획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임 의장 발언에 대해 “정권 지지도는 지금 20%가 안 되지만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지지도는 50%를 넘고 있다. 지금 민영화 속도를 늦추자는 건 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청와대 인사는 이 대통령이 비선 라인을 통하는 대신 인사비서관실의 존안자료 등을 토대로 측근 인사들에게 자문을 하는 방식으로 직접 인물을 골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임 의장의 역할이 컸고, 이상득 의원의 영향력도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인사 작업이 이뤄지는 롯데호텔에 들렀다가 기자를 만나자 황급히 되돌아가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물러나는 류 실장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분이 두터운 정정길 신임 실장을 18일 만나 식사를 함께하며 청와대에서 일할 것을 설득했다. 연설기록비서관에 내정된 정용화 전 대통령 직인수위 자문위원은 류 실장이 원장으로 있던 국제정책연구원(GSI) 출신이다. 정인철 국정기획비서관 내정자는 박영준 전 비서관이 주도한 이 대통령의 최대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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