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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의 간판 이론가, 시민사회비서관 내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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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서신’의 김영환씨와 함께 주사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대표적 인사인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이 시민단체를 맡는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 내정돼 관심을 끈다. 물러난 류우익 실장의 통보로 청와대 내정 사실을 알았다는 홍 총장이 중앙SUNDAY와 단독 인터뷰했다. 그의 기용을 두고 새 청와대 비서진에선 “부적절한 인사”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내용.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수석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 자리가 신설되는 시민사회비서관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벼랑 끝으로 몰린데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 컸다는 자성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홍진표(사진)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83학번인 홍 총장은 ‘강철 서신’으로 유명한 김영환씨와 함께 대표적인 주사파 이론가였다. 1990년대 중반 사상전향을 한 이후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고발했으며 뉴라이트 시민운동가로 자리 잡았다. 이런 특이한 경력이 좌파와 우파를 폭넓게 이해하는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양쪽의 반발도 사고 있다.

일단 야당은 강한 반감을 표한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며 신설한 시민사회비서관에 뉴라이트 사무총장이 거론되는 것은 역참신성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공격은 더 강하다.“시민사회와 소통한다면서 어떻게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을 쓴 홍씨를 임명할 수 있느냐”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보수 인사도 “우리가 친북 세력과 거리에서 싸울 때 이를 비판한 인사로 정통 보수가 아니다”며 홍 총장을 비판한다.

청와대 ‘파워게임’의 양상도 감지된다. 퇴진하는 류우익 전 실장이 홍 총장 기용에 직접 관여했다. 하지만 한 청와대 인사는 “그가 능력은 탁월하지만 시민사회비서관은 언제, 어떤 단체와도 만나 편안히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그의 기용은 확정적”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새 사람은 새 진용에서 결정하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이 가면서 “인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청와대 내 신구 권력교체기 속에서 그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홍 총장을 20일 오후 자유주의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내정자 신분이라 곤란하다”며 인터뷰를 사양했지만 거듭 양해를 구하고 대화를 나눴다.

거침없는 화법으로 이름난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진보ㆍ보수 양쪽에서 말이 많다. 본인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나.

“비판하는 소리를 잘 듣고 있다. 서로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인정하면 된다. 그렇다고 대화 못할 게 뭐 있는가.”

-막판 교체 가능성도 있는 것 같은데.

“25년간 재야에서만 활동해 왔다.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인 것 같다.(웃음)”

-뉴라이트 출신 인사라 더 비판받는 것 아닌가.

“나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경험했다. 현재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는 인사들과는 과거 학생운동을 하며 쌓은 인연이 깊다. 보수 진영에서 그 누구보다 진보 인사들을 잘 이해하고 있고 소통이 가능하다. 언제든 격의 없이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진보 진영 족보를 꿰고 있는데 유사시 ‘진압’을 위한 발탁은 아닐까.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자는 것이 시민사회비서관 신설 이유다. 갈등을 잘 조정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하는 데 창구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국민과 소통이 안 된 이유는?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던 과거와 지금은 많이 변했다. 권위주의가 없어졌고, 민주주의에 더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런 시대 변화를 읽는 데 둔감했던 것이다.”

-비서관 내정 연락은 언제 받았나.

“지난달 28일께다. 3개월 예정으로 필리핀에 가 있었는데 류우익 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급히 귀국했다.”

-류 실장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시민사회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과 대화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할 사람이 청와대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촛불집회를 어떻게 보나.

“먹는 문제다 보니 국민이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한데 미숙하게 대처했다. 초기에 ‘배후설’을 얘기해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제 충분히 의사가 전달된 마당에 무리하게 촛불집회를 끌고 가면 국민에게서 멀어져 고립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는 어떤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비서관에 임명되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인가.

“시민운동가와 대통령 참모는 역할이 다르다. 참모는 기본적으로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 기울이며 소신껏 일하겠다.”

-재산은 얼마나 되나.

“월세 보증금을 포함해 4000만∼5000만원 된다. 필리핀에 가기 전에 오피스텔 월세방을 정리했는데 아직 방을 못 구해 친구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임명되면 청와대 부근에 월세방부터 얻어야 할 판이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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