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견 스타일 한 달 전과 비교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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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에서 기존 ‘이명박 스타일’과 달랐다.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와 비교할 때 특히 그랬다. 한 달 전 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고개를 세 차례나 숙였지만 정작 담화문 내용은 ‘사과’보다 한·미 FTA 비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설득’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졌다. 지난달 담화를 “대통령에 취임한 지 석 달 동안 ‘경제만은 반드시 살려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해 왔다”로 시작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시위 광경을 지켜본 소회를 밝히면서 회견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이 대통령이 직접 포함시킨 대목이라고 한다. 일주일 전쯤 김두우 정무 2비서관이 만든 회견문 초안엔 ‘밤마다 시위대의 함성을 관저 마당에서 듣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대뜸 “내가 정말 그랬다. 내가 관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었다. 내가 봐도 시위대의 숫자가 많기는 정말 많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쇠고기 항의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6월 10일 밤 김윤옥 여사와 경호원들을 물리치고 홀로 청와대 관저 뒷산을 올랐다고 한다. 청와대 관저 뒷산 중턱에는 세종로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정자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그곳에서 시위 현장을 지켜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침이슬’은 이 대통령이 각종 저서에서 밝힌 ‘18번 애창곡’이다.

이 대목뿐이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 “대통령으로선 (FTA 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보다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등 회견문 곳곳엔 민심에 다가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육성이 담겼다. 한 달 전 ‘송구스럽다’였던 사과의 표현도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로 바뀌었다. 또 ‘쇠고기 재협상’선언을 하지 못한 사정을 설명하며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선 그동안 지난 5월 22일 대국민담화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사과도, 설득도 아닌 어정쩡한 내용 때문에 “민심을 다독이기보다 오히려 더 자극했다”는 혹평이 청와대 내부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대국민담화 때 준비된 원고만 읽고 퇴장했던 이 대통령은 이번엔 연설문 낭독 후 30여 분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자는 게 이번 회견의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회견문은 일주일 전쯤 김 비서관이 초안을 잡은 뒤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대변인이 이 대통령과 함께 머리를 맞대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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