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문득 파리에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글라이울 마마가니 홍보관이 지난달 한국 특파원들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가열되자,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들은 OIE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우려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회견은 OIE 측의 요청에 따라 특파원 두 명만 대표로 참석했다. OIE 측은 한국민이 궁금해 하거나 걱정할 내용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 줬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 마마가니 홍보관은 “한국 언론은 한시간 인터뷰하고 또 10초만 내보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비아냥처럼 들린 이 말은 MBC의 PD수첩을 두고 한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PD수첩에는 “OIE 결정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취지의 코멘트만 반영됐을 뿐이었다. 30초쯤 될 듯했다.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OIE 관계자는 이런 당연한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장 뤽 앙고 국제수역사무국(OIE) 부회장이 MBC PD수첩과 인터뷰하고 있는 장면. [MBC - TV 촬영]
PD수첩이 프로그램 첫머리에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도한 미국 여성은 쇠고기와 무관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PD수첩은 처음부터 기사 방향을 정해 놓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국민에게 겁을 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들이 선정적인 겁주기 대신 이명박 정부의 졸속 협상을 비판했다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전문가들 의견을 그대로 전했더라면 큰 비난은 없었을 것이다. 그게 진정한 언론의 자세다. 르 피가로라고 자기들 특종을 별거 아니다고 말한 전문가 말을 싣고 싶었을까 말이다.
전진배 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