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찰스부부 이혼하라" 정식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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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찰스 왕세자부부에게 이혼을 정식 권고한 것으로 20일 밝혀져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여왕이 직접나섬으로써 찰스와 다이애나간의 이혼이 이제는 시간문제로 굳어졌기 때문이다.영국 선지에 따르면 여왕은 지난 1 8일 찰스와 다이애나에게 『가능한한 빨리 이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것.
버킹엄궁측은 아들의 결혼생활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을 지켜온 여왕이 돌연 이같은 편지를 쓰게된 이유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방영된 다이애나의 BBC 회견이 결정적계기가 됐다는게 관측통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다이애나는 이를 통해 자신의 불륜사실을 솔직히 시인한 것은 물론 찰스측 왕실인사들을 자신의 「적」이라고 공공연히 비난,여왕의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찰스도 지난해 8월 부정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고백,왕실의 위신을 크게 손상시킨바 있다.따라서 말썽많은 두사람을 계속 어정쩡한 별거상태로 놓아둬 계속 스캔들만 양산토록 하느니 차라리 정식 이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 단하게 된 것이다. 한편 편지를 받은 찰스는 일단 동의했으며 다이애나에게도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다이애나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두 아들의 장래를 위해 이혼은 원치 않는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장차에는 이혼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 문제는 남편에게 맡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바 찰스가 이혼을 요구해온 이상 그녀도 종국에는 동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문제는 이혼 후 찰스의 왕위계승 여부.왕실은 아직도 보수적인 영국 성공회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교단측이 이혼한 찰스의 즉위를 승인해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혼 후에도 등극했던 조지2세의 선례가 있어 찰스의 왕위계승은 별 장애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게다가 이들은 91년부터 따로 살아와 지금 갈라서더라도 2년 이상 별거해야 합의이혼이 가능하다는 영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실지로 골치아픈 사안은 이혼조건 문제다.즉 다이애나에게 어느만큼의 물질적 보상과 사후대책을 해주어야 그녀가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이다.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마치지는 다이애나가무려 2,400만달러(약 190억원)의 위자료 를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정확한 액수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또 영국의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이 받아들여질지 두고봐야한다. 한편 찰스는 이혼하더라도 그동안 사귀어왔던 커밀러 파커볼스를 포함한 다른 여성과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측근 관계자들은 전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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