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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95>3.대형 기름유출사고 속출-사고현장 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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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23일 여천공단 원유(原油)부두에서 2㎞ 떨어진 전남여천시신덕동.폭풍주의보가 내려 바람이 매섭다.
지난달 17일 접안시설에 부딪쳐 선체가 찢긴 유조선 사파이어호에서 흘러나온 원유 1,200여이 이곳까지 피해를 입혔다.
마을 선창을 돌아나가는 바위틈에는 시커먼 기름덩이가 묻어있고밀려오는 파도에 출렁이는 기름이 햇빛에 반사됐다.
이른 아침부터 주민 150여명은 고무장갑과 장화를 준비해 「갯닦기」작업에 나섰다.
이 마을 어촌계장 조매석(趙賣碩.48)씨는 『지난 5월 2억원을 들여 뿌린 피조개 새끼가 다 죽었다』고 하소연했다.
공동출자한 120여㏊의 공동어장에 기대 살고있는 신덕마을 사람들은 『이곳은 바다에서 나는 것이면 뭐든지 다 잡히는 황금어장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수수협측은 이번 사파이어호 사고로 14개 어촌계 1,590㏊의 어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파악하고 있으나 정확한 집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피해액이 확인되더라도 당장 보상이 이뤄지는게 아니어서주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전남.경남등에서 모두 931억원의 피해를 본 93년 금동호 사고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영국 보험사와 지루한 협상만 진행될 뿐 한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동호 기름누출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경남남해군서면 염해마을.
이장 金수준(38)씨는 『사고가 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마을앞 등대 주변의 모래를 파보면 기름이 묻어 나온다』고 말한다. 동력선을 타고 고기잡이에 나선 金씨는 『반나절 내내 바구니 하나도 못채웠다』며 『계속되는 사고로 마을 어선들이 출어를포기한 상태』라고 한숨지었다.
더욱이 지난 7월에 여천군남면 소리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시 프린스호 사고때 뿌려진 유처리제로 그나마 남아있던 물고기마저 다 달아났다는 것.
실제로 시 프린스호 사고로 피해가 가장 심했던 여천군남면 해안에는 벙커C유와 유처리제가 엉켜 가라앉아 계속해서 피해를 주고 있다.
여수수협 김유복(金有福)지도과장은 『시 프린스호 사고로 전남.경남의 6,400여㏊가 피해를 보았고 10월까지 3개월동안 어획고가 지난해보다 160억원이나 줄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유통회사가 고철로 쓰기위해 러시아의 퇴역 항공모함 민스크호(3만7,000급)까지 이곳 남해군 서면으로 끌고와 해체작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바다오염을 우려한 지역어민들의 반대로 저지되기는 했지만어민들은 『우리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분개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달 28일 밤에는 여천 앞바다에서 또다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번에는 여천시월래동 호남정유 제품부두에서 유조선 경해호에 선적하던 벙커C유 약 3드럼(600ℓ)가량이 바다로 흘러든 것.
이처럼 여천지역 앞바다는 7월 시 프린스호 사고후 4개월만에또다시 사파이어호 사고 피해를 보는등 크고 작은 기름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이 해상오염이 늘고있는 것은 유류유출 개연성이 높은 유조선들이 운항에 각별한 주의를 하지않는데다 해상물동량 증가로 선박운항 횟수가 많아진데 따른 것이다.게다가 유출사고발생때 관계당국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있다. 해경 오염관리부 이창섭부장은 『안전을 중시하는 선원교육강화와 함께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소 강성현(姜聲炫)박사는 『기름으로 한번 오염되면수십년까지 피해가 계속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천.남해=강찬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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