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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대구시립합창단 서울공연.서울시향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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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구시립합창단이 서울무대에서 존재가치를 과시했다.
지난 7일 횃불선교센터에서 열린 공연에서 대구시립합창단(지휘안승태)은 지자제 실시 이후 지방악단의 활기를 웅변해 주었다.
국내 창작곡만으로 꾸며진 이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이건용의 『AILM를 위한 미사』.충분한 연습을 통해 45분여 걸리는 무반주곡을 소화해낸 52명의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장구.북.꽹과리 리듬을 가미한 이곡은 한국.필리핀.일본의 민요선율을 활용해 미사음악의 토착화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세속음악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타악기 리듬이 좀더 절제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러선율이 동시에 전개되는 다성음악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예술성과 실용성을 함께 갖췄다는 점에서 생명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이날 무대는 정기연주회마다 창작곡을 위촉.초연해온 평소실력이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창작곡과 무반주를 강점으로 하는 대구시립합창단 특유의 개성을 계속 살려나가길 기대한다.
한편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서울시향(지휘 정명훈)이 연주한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은 관악기 편성을 두배로 늘린 지휘자의 「아이디어」 때문에 음악을 망가뜨린 결과를 낳았다. 같은 음의 중복이 빚어내는 미세한 음정차이로 인한 불협화음의 연속은 처음부터 예상된 일이었다.2관편성의 곡에서 악기수를두배로 늘린 것과 4관편성으로 편곡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기때문이다.
1,2,3악장의 섬세한 부분에서 지휘자가 음량을 줄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그럴수록 목에 가래가 걸린듯한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피날레 악장 『환희의 노래』에서 팀파니와 합창 때문에 불협화음이 가려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4악장 때문에 교향곡 전체가 희생되고 말았다.이것은 일차적으로 지휘자의 책임이다.
객원지휘자 한명의 유명세 때문에 1만~5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매긴 것도,합창단 자리의 3분의1을 아직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소년소녀합창단으로 포진시킨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대목이다. 다만 소프라노 박정원,메조소프라노 김신자,테너 임정근,베이스 김명지 등 독창자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이장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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