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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변화 코드’ 읽을 인적 네트워크 구축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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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02면

46세의 신예 정치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11월 4일 있을 미국 대선 판세에 안개가 걷혀갈수록 우리의 걱정이 많아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차기 미국 정치의 주역이 될 사람들과 한국 정부 혹은 한국인이 얼마나 깊이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기 때문이다. 재미 한인사회에선 요즘 “오바마가 당선되면 대미 외교 네트워크가 취약해질 것”이란 걱정이 많다. 공식 외교 라인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오바마 진영에 한국을 설명할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낭패를 본 사례는 적지 않다. 1976년 민주당 후보로 급부상한 지미 카터는 유신정권의 인권 탄압을 명분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공약은 79년 7월 박정희-카터 회담 뒤 가까스로 봉합됐다. 베트남전 패배의 후유증에다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이 변화했기 때문에 나온 공약이라 하나 이를 무마하느라 한국 외교가 값비싼 비용을 치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오바마와 그의 라이벌인 매케인 공화당 후보 사이에 승리의 여신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두 후보에 대한 정보와 인맥 구축이 시급하다. 매케인의 경우 주목되는 발언은 ‘민주국가연대(A League of Democracies)’ 구상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일본·브라질·인도가 힘을 합쳐 평화와 자유를 향한 연대를 결성하자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확산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매케인은 부시처럼 북한 핵과 인권 문제에 강경하다.

오바마의 견해는 더 걱정스럽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매우 결함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5000대도 안 된다”는 보호무역주의 관점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01년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 부시 공화당 정부로 바뀔 때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은 그해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 ‘디스 맨(this man)’이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양국 관계는 아슬아슬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양국 관계를 긴장시킬 잠재적 악재들을 짚어보고 대처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요즘 일본 외교가에선 미국·유럽·호주·인도를 묶는 ‘자유와 번영의 아크(arc)’를 거론하는 인사들이 늘었다. 매케인 후보의 민주국가연대를 본뜬 듯한 발언이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도 고든 브라운 총리가 4월 방미 당시 매케인과 오바마를 모두 만날 만큼 ‘차기 외교’에 신경 쓰고 있다.

외교관들이 주재국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2007년 대선 때 한국 대선 후보들을 빈번하게 접촉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익이 있는 곳에 외교관이든 정치인이든 민간 인사든 함께 뛰는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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