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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뒤흔든 웹툰 만화 박물관으로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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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빼놓고는 만화를 논할 수 없는 시대다. 개인 홈페이지에 나홀로 발표한 만화가 인기를 얻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일은 만화시장의 새로운 유통 경로로 자리잡았다. 인터넷 만화가 이제 박물관까지 진출한다.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www.kcomics.net)은 젊은 만화가 여섯명의 작품을 모아 8일부터 `웹툰예찬`전을 연다. 그동안 과거 작품 위주로 우리 만화의 역사적 의미를 복원하는 데 무게를 두어온 이 박물관으로서는 새로운 시도다.

참여 작가의 면면은 인터넷 만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먼저 강풀닷컴(www.kangfull.com)등을 통해 `지치지 않을 물음표``순정만화`등을 발표해온 강풀(30.본명 강도영)은 인터넷 만화가 1세대로 꼽히는 작가다. 대학 졸업 후 만화 출판사에 이력서를 300여장이나 돌렸지만 모두 퇴짜맞아 스스로 연재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홈페이지에 동료 만화가들과 탄핵정국에 대한 릴레이 카툰을 발표하는 등 인터넷 만화의 자발성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파페포포(www.papepopo.com)의 작가 심승현(33)의 출발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인터넷 연재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홈페이지에 시험삼아 소개한 분량이 호평을 얻으면서 출간이 성사됐고,`파페포포 메모리즈`와 `파페포포 투게더` 두 권의 단행본은 도합 1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해 인터넷 만화의 인화성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은 만화의 형식과 내용도 변화시켰다. 강풀은 `유머`에 더 힘을 싣고 심승현은 `감동`쪽에 기우는 편이지만 `일상`이 바탕이라는 점에서 둘은 통한다. 네모칸으로 정형화 된 기존 출판 만화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가 주변 생활에서 건진 감성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펼쳐낸 것이 인터넷 세대 독자의 공감을 얻는 지렛대가 됐다.

홈페이지 이름이 고구마언덕(www.kimpoong.net)인 김풍(26.본명 김정환)은 특히`인터넷 폐인`으로 불리는 사이버 세대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폐인의 세계`는 이른바 `주침야활(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는 뜻)`과 `면식(끼니를 라면으로 때운다는 뜻)`같은 폐인문화를 읽는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알타리서비스(www.altari.net)에서 연재한 작품을 모아 `쾌변만화`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메가쑈킹(30.본명 고필헌)의 작품 역시 인터넷 세대의 개성이 듬뿍 담겨 있다. 흔히 엽기적이라 부르는 소재와 표현을 거침없이 구사하면서 일상사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스스로 `쾌변`에 비유하는 카타르시스를 독자에게 안겨준다.

아직 종이책을 출간한 적은 없지만 최인종(31)과 아이완(31.본명 황금주)도 인터넷 만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짐작케 하는 작가다. 최씨가 포털사이트에 연재 중인 한 컷 세상(cartoon.media.daum.net)은 기존의 카툰에 컴퓨터 화면의 스크롤 기능을 접합한 새로운 시도다. 독자들의 컴퓨터 화면에는 먼저 작품의 상단부만 보인다. 커서나 마우스를 움직여 하단부까지 보게 되는 동안 작가가 숨겨둔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 한 컷 만화인데도 마치 여러 컷을 연결한 듯한 효과를 거둔다. 필명을 딴 홈페이지(www.iwanroom.com)에 작품을 공개 중인 아이완은 인터넷 작가 중에서도 독특하다. 연필 선이 살아 있는 파스텔톤의 그림체는 동화처럼 부드럽지만, 내용은 사회의 통념을 뒤집거나 문명에 대한 차가운 풍자와 비판으로 번득인다.

전시를 기획한 조희윤씨는 "출판 만화의 위축 속에서 참신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인터넷 만화를 통해 박물관에 동시대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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