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과 문화를 담은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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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의 수출액이 1,000억달러 고원(高原)에 올라섰다.1억달러에 도달한지 30년만이다.그 사이에 1인당 국민총생산은 1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성장,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상위 중진국이 됐다.국민의 살림살이가 넉넉해지 면서 자연스레 정치도 권위주의의 군복을 벗고 민주화됐다.
이 대기록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에서 한 연사가 이제부터는 『노동력이 담긴 수출에서 벗어나 기술과 문화를 담은 수출로 전환하자』고 제의했다.맞는 말이다.
기술과 문화야말로 1,000억달러 이후에도 수출 오르막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제성장은 더 이상 계속되기 어렵다는 이론을 설득력있게 펴고 있다.
생산요소(값싼 유휴노동력 및 높은 저축률로 조달하는 자본)의 증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데다 장기적 경제성 장의 진정한원천인 효율화는 이들 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창조력과 경쟁환경 조성 없이 그동안은 노동과 자본을 물량적으로 동원하고,흉내내기 기술만으로 성장해 왔으나 이젠 한계에도달했다는 것이다.
효율화는 다름아닌 기술과 문화라는 두 단어로 풀 수 있다.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우리 자신의 새로운 솜씨(기술)와 마음씨(문화)의 상승(相乘)작용을 불어넣지 않고는 앞으로 수출성장 내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민적 문화특징은 자연과 인간에 가치의 중심을 두고 활달함.너그러움.정성스러움을 실행덕목으로 삼음이다.이것이 경천애인(敬天愛人)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신이다.질 높은 경제적 삶은 의당 아름다운 정신적 삶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기술도정신이 선도한다.
효율화라는 것은 같은 노동,같은 자본을 투입해 더 많이,더 값진,더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이런 효율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문화적 창조력 뿐이라는 생각이 널리 일어 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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