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당분간 미국산 안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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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쇠고기 고시 발표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LA갈비 등 인기 있는 부위의 판매 여부를 놓고 고민했으나, 불매운동과 매장 점거 사태 등을 우려해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새 상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대형마트 가운데 처음으로 재개했던 롯데마트의 관계자는 “올해는 분위기가 지난해와 완전히 다르다”며 “판매에 먼저 나설 경우 잃는 게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외식업체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맥도날드·버거킹·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쇠고기 수요가 많은 햄버거·패밀리레스토랑들은 “지금까지도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해 왔고, 미국산이 수입돼도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미국산 쇠고기 메뉴를 찾는 수요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괜히 대외 이미지만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당분간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국내에 들여와 도매상에 넘기는 수입업체들은 다음 주말부터 국내 창고에 보관 중인 ‘뼈 없는 쇠고기’를 유통시킬 계획이며, 다음달 말께 LA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수입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줄이고, 시장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대형 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꺼리면 판로가 마땅치 않은 만큼 무턱대고 물량을 들여올 수도 없는 처지다.

하이푸드 박봉수 대표는 “2003년 이전처럼 갈비와 목심·양지 등 살코기 위주로 수입할 계획”이라며 “내장·사골·꼬리 등은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재로선 수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에이미트 박창규 대표는 “수입된 쇠고기는 서울 마장동·독산동 등 전국 축산물도매시장에서 판매되고, 마트나 소형 정육점·식당 등에도 공급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아 잘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은 2003년 12월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 재개됐으나 3개월 뒤인 10월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검역이 중단됐다. 수입 금지 이전인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모는 8억46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산의 75%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입이 재개된 지난해 7월에는 350t이 판매됐고 8월 287t, 9월 148t, 10월 88t으로 계속 줄었다.

박현영·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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