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맞수 진종오·이대명 “금메달 하나씩 나눠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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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만약 올림픽 공기권총 결선에서 두 선수가 동률 1위로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승부는 승부니까 무조건 내가 이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쏘겠죠.”(진종오)

“일단은 제가 이겨야 되고요. 자유권총에서 형이 금메달 따면 되겠죠.”(이대명)

이대명(20·한국체대)이 ‘정답’을 말했다. 공기권총과 자유권총에서 나란히 금메달이 나온다면 한국 사격 최고의 경사가 될 것이다.

‘다정한 맞수’ 진종오(29·KT)와 이대명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둘은 6차에 걸쳐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여유 있게 통과했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에서 본선 평균 584.6점을 쏴 이대명(582.6점)을 제치고 1위를 했다. 50m 자유권총에서는 이대명(568.0점)이 진종오(566.6점)를 누르고 우승했다.

두 선수의 입상 가능성은 매우 크다. 메달 색깔이 문제다. 공기권총은 본선 585점, 자유권총은 570점 정도를 쏘면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진종오는 대표 선발전 공기권총에서 최고 589점을 쏘았고, 이대명은 자유권총에서 571점까지 나왔다.

두 선수가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면서 기록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신호다. 베이징에서는 린종자이(중국), 곤차로프(러시아), 김정수(북한) 등이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한국체대 9년 선후배인 둘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에서 한방을 썼다. 이대명이 여자친구 고민을 상담할 정도로 친하지만 방에서는 총 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

진종오는 4년 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쉽게 날린 금메달을 찾아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자유권총 결선에서 1위를 달리다가 6라운드에서 6.9점을 쏘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쳤다. 8점만 쐈어도 금메달이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그러나 진종오는 “나는 깨끗하게 잊어버렸는데 주위에서 자꾸 ‘왜 6점을 쐈느냐’고 물어본다. 어쨌든 두 번 실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1 때 총을 잡은 이대명은 2006년 8월 세계사격선수권 공기권총 주니어부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싹을 보였다. 이대명은 “종오 형과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 모든 면에서 본받고 싶은 선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취미는 사진 찍기다. 진종오가 먼저 시작했고, 이대명이 따라왔다. 사격과 사진 찍기가 똑같이 영어로 ‘shooting’이다. 사진이 사격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진종오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왜냐고 다시 물었더니 “사격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때문”이라는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

둘은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진종오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영어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대명은 “한국말이 편하죠”라며 웃었다.

글=정영재, 사진=송봉근 기자


바로잡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사격 대표 진종오(29) 선수의 출신 학교는 한국체대가 아닌 경남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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