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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erview] “공연한 뜬소문이 사람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윤홍근 BBQ치킨 회장의 ‘AI 파동 유감’
업계 매출 90% 떨어져 산업 붕괴 … 관료주의 함정에 빠져 과장되게 키워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손짓도 커졌다. 중간 중간에 ‘아이구’ ‘참, 내…’ 같은 장탄식도 섞였다.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선 쉽지 않은 정부 비판이나 언론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때로는 침도 튀기면서 얼굴은 달아올랐다. 중간에서 자르지 않으면 질문 하나에 대답이 20분씩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말하다 한숨을 몰아 쉬기도 했다.

국내 최다(3300개) ‘통닭집’을 가지고 있고, 세계 22개국 350개 매장에서 ‘통닭’을 파는 그로서는 4월 4일 첫 발생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AI 파문에 울화가 치밀만도 했다.

“이러다가 영세상인 다 죽습니다. AI 때문에 살처분 한 닭은 800만 마리(약 400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세상인 등 관련 종사자들의 경제적 피해액은 이미 6000억원을 넘어섰어요. AI는 사람을 죽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죽습니다.”

-AI 때문에 닭고기 판매가 어렵지요?
“전체 업계로 보면 매출이 90%까지 떨어졌습니다. 산업 붕괴예요. BBQ도 60%가량 매출이 줄어들었습니다. 가맹점에 따라선 하루에 한 마리도 안 팔리는 곳도 있어요. AI라는 병 때문이 아니라 소비 급랭으로 영세상인들이 죽습니다.”

-위험할 수 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참, 내…. 기자 양반까지 이런 소리를 하시니…. AI는 호흡기 질환입니다. 식도를 통해 들어가는 음식으로는 질병이 걸릴 수가 없어요. 정부에서는 섭씨 75도에서 5분간 끓이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73.9도에서 0.8초만 가열하면 사멸됩니다. 이건 모인필 충북대 교수(조류질병학)의 얘깁니다. 식중독보다 더 예방하기 쉬워요.”

-그래도 돈 내고 사 먹는 건데 찜찜하지 않나요?
“완전히 잘못된 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근본적으로 AI에 걸렸거나 AI가 의심되는 닭은 식탁에 오를 수 없습니다. 닭이 AI에 감염되면 24시간 안에 죽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닭은 도축장으로 옮겨 혈청검사를 한 후 24시간 후에 도축됩니다. 논리적으로 AI에 걸린 닭이 살아서 도축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죽은 닭이 실수로 도축될 수도 없습니다. 닭이 죽으면 털이 안 뽑혀요. 털 뽑다가는 살이 뜯겨 나갑니다. 또 피가 응고돼서 피도 안 빠집니다. 그러니 24시간 지나서 살아 있는 닭만 도축되고 그 과정에서 혈청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합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번에 특히 여파가 큰 것은 대규모 살처분과 서울지역까지 AI가 확산된 것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살처분도 소비자들이 굉장히 오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시적으로 닭을 1억4000만 마리 정도 사육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정도의 닭이 사육되고 있다는 거죠. 그중 살처분 된 것은 지금까지 약 800만 마리입니다. 그런데 800만 마리가 다 AI에 걸린 것이 아니라 그중 AI에 걸린 것은 4만 마리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인근에 있는 닭으로 감염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한 것이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방역체계가 잘 가동되고 있다는 겁니다. 농가 수로 봐도 14만 농가 중 40여 개 농가에서만 AI가 발생했어요. 전체 사육 농가 중 0.03%입니다. 위험이 크게 과장됐습니다. 전국이 AI에 걸린 게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에서는 ‘전국 확산’ ‘AI 발생 급증’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AI에는 과잉발표와 대책을 발표해 놓고, 불 보듯 뻔한 농민의 자살 기도, 상인들의 적자, 폐업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잖아요.”

-어쨌든 소비자들은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가 1년에 소비하는 닭이 대략 5억~6억 마리 정도됩니다. 이 정도 닭고기를 가공하려면 농장주, 농장근로자, 운반하는 사람, 도축공장에서 가공하는 사람, 치킨업자 등 대략 40만 명 정도의 종사자가 필요합니다. 만약 언론이나 정부, 또는 일부 학자가 이야기하듯 위험한 질병이라면 매일 닭을 접촉하는 40만 명 중에서 감염자가 한 사람이라도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연인원으로는 1억2000만 명이 닭을 만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감염자가 나왔습니까?”

-외국에서는 감염자는 물론 사망자도 있지 않습니까?
“있습니다. 하지만 그 통계는 우리나라에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AI 감염자가 전 세계적으로 370여 명, 그중 희생자가 240여 명입니다. 수치로만 보면 치사율이 70% 가까이 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이 질병이 발생한 곳은 모두 동남아 등 위생상태나 보건상태가 좋지 않은 곳들입니다. 홍콩에서도 한 번 발병했는데 그건 중국 본토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터키에서도 한 건 있었는데 동부 내륙의 시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동남아를 비롯해 발병한 국가들은 모두 닭과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곳들입니다. 이들의 생활환경은 닭과 피부나 호흡기 접촉이 빈번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정상적인 도축 과정을 갖춘 국가에서는 발병한 적도, 사망한 적도 없습니다.”

-이론적이지만 감염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론적으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위험은 어디에도 없죠. 설령 AI에 걸린 동물과 접촉해서 인체에 인플루엔자가 옮겨왔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이면 아무런 병을 유발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발병되더라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건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에요. 근본적으로 AI 병원체는 종(種) 간 장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조류와 포유류 사이를 넘으려면 장시간 접촉과 많은 양의 병원체에 노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닭을 취급하는 사람도 안 걸리는 병을 소비자가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감이 큰 겁니까?
“국소적으로,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져 과장되게 키운 겁니다. 담당자들이 수백만 분의 1, 수억 분의 1의 가능성을 가지고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과잉 발표를 한 것이죠. 언론에서는 그 발표를 그대로 쓴 거고요. 거의 무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공표됨으로써 사람들은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덕분에 현실세계에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양계업자, 유통업자가 희생을 당했습니다. 무책임한 행정의 대표 격입니다. 이렇게 해 놓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AI에는 과잉발표와 대책을 발표해 놓고, 불 보듯 뻔한 농민의 자살 기도, 상인들의 적자, 폐업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잖아요. 수많은 생활인이 터전을 잃고 있는데 정부가 그걸 조장했어요. 뜬소문이 사람 잡고 있는 겁니다.”

-AI에 걸리면 20억원 배상보험을 들어 놓으셨죠?
“우리 제품 먹고 AI에 걸린 게 확인되면 20억원을 지급합니다. 걸리기만 하면 줍니다. 사실 50억원으로 금액을 늘렸는데 괜히 위험을 인정하는 행위로 보일까 봐 발표를 못하고 있습니다. 절대 그 돈을 소비자가 가져갈 일이 없습니다. 저는 만약 닭고기를 먹어서 AI가 걸리는 게 인정된다면 이 사업을 아예 안 할 겁니다. 아니 제가 왜 사람 죽이는 사업을 합니까?”

-AI가 한층 수그러들고 있는데 좀 나아지는 기미가 있습니까?
“맞습니다. AI는 이제 한풀 꺾이고 있죠. 문제는 소비가 살아나야 영세상인과 양계업자, 가금산업자들이 살아납니다. 이대로 가다간 사람을 못 죽이는 AI가 사람을 실제로 죽이는 사태까지 올 수 있어요. 그러니 저희를 믿고 평소대로 닭고기 마음 놓고 드십시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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