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의 질병] 피부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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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은 공포의 질환이다. 그러다 보니 예방은 물론 조기검진을 받을 정도로 일반인의 관심은 매우 높다. 하지만 피부암만큼은 예외인 듯하다. 국내 발생률이 낮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니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피부암은 결코 희귀암이 아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피부암 발생률도 덩달아 늘고 있다. 또 피부암은 일반인이 쉽게 감별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검버섯이나 종기 정도로 생각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조사한 ‘대한민국 성인 남녀의 피부암 인식도 조사’에서도 일반인은 물론 피부과를 제외한 타과 의사들조차 피부암에 대한 지식이 높지 않았다.

피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총칭하는 피부암은 크게 흑색종과 흑색종을 제외한 피부암(기저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피부부속기암과 기타 피부임파종 등)으로 나뉜다.

흑색종은 매우 빨리 병이 진행되고 전이가 잘 된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만으로도 완치율이 매우 높다. 흑색종을 제외한 피부암은 대부분 좁은 부위에 생기고 천천히 자라며, 다른 부위로 퍼지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대부분 쉽게 완치된다. 게다가 피부암 수술은 다른 부위로 침범만 되지 않으면 임파절을 긁어낼 필요도 없고, 1∼2일 정도 입원이나 혹은 통원수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외국에선 피부암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레이저·냉동·방사선·항암제 국소요법 등이 쓰이며, 여기에 바르는 항암연고와 광역동요법이 추가된다. 효과 또한 수술 못지 않은 데다 신체기능 유지와 미용적인 면에서 만족도가 높아 비수술요법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기저세포 피부암 치료에 레이저와 국소면역치료제를 병행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10분 정도 간단한 레이저 치료로 대부분의 암 조직을 제거하고, 남은 조직엔 국소면역치료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피부암은 오랜 자외선 노출, 만성적인 피부자극, 각종 발암성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유전적 요인도 고려 대상이다. 특히 피부암은 피부색이 옅은 사람에게서 호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원칙이다.

몸에 없었던 점이 갑자기 생기거나, 색깔이 달라지면서 커지면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또 피부 속에서 혹이 만져지는 경우, 이유 없이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날 때, 점의 경계부위가 불분명하고, 표면에 버섯 모양의 덩어리가 있을 때는 꼭 시간을 쪼개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길 권한다.

김원석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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