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먹이사슬"부터 끊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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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땅에 오랜 관행으로 돼왔던 정경유착(政經癒着)의 고리를 끊겠다고 재계(財界)가 나섰다.전경련(全經聯)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부정축재와 관련,3일 중진회의를 갖고 앞으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고,정치 와 경제계의건전한 동반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하기로 결의했다.재계는 이와함께 검찰의 비자금수사에 적극 협조해 국민의 의혹을 풀어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재계가 비자금파문과 관련,스스로의 반성과 다짐을 결의한데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우선 경제전반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이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기업의 사업의욕을 꺾 어 투자가 부진해지고,물가가 불안정해지는등 경기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이 사건이 세계 주요 매스컴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짐에 따라 우리 기업의 대외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실정이다.이를만회하기 위해서도 우리 기업의 자정(自淨)노력을 내외에 천명할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재계의 이런 다짐은 기업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집권층을 비롯한 정치권의 협력없이는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다.과거 5.16이후 기업인들은 수차례 자정결의대회를 가졌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그것은 정치풍토 가 개선되지않은데다 권력층과 관료가 그런 다짐을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가 기업활동의 목줄을 잡고 있는상황에서 권력층이나 관료의 돈 요구를 기업인이 계속 거부할 수있겠는가.
따라서 기업경영을 제약하는 인.허가등 각종 규제정책이 풀리지않는한 기업의 깨끗한 경영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규제는 바로 정치인과 관료에게 먹이사슬을 제공하는 구실을 해왔다.따라서이번 사건이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 려면 기업인.정치인.관료간의 먹이사슬을 끊는 자정.규제완화노력을 모두가 함께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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