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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제2의 녹색혁명’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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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곡물 파동으로 지구촌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선 식료품 값 폭등으로 소요사태까지 발생했다. 우리 서민들도 치솟는 식료품 가격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에겐 식량 위기를 이겨낸 소중한 경험이 있다. 1970년대 이룩한 녹색혁명이 그것이다. 70년대 통일계 다수확 신품종의 보급으로 전국 쌀 생산량은 60년대 평균 364만t에서 77년 596만t으로 급증했다. 이는 정부의 지속적 연구개발 투자 및 농업 과학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맺은 열매다. 녹색혁명으로 한국은 오랜 염원이었던 주곡 자급을 달성,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70년대 국내 쌀 증산이 주요 문제였던 것과 달리 현재 식량 문제는 다양한 국제적 요인이 얽혀 있다.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제2의 녹색혁명을 일궈낼 수 있는 지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가 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농업은 민간 기업이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원천기술 개발이 필수이고 이를 위한 전문 연구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셋째, 친환경적인 농산품 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전 세계가 식량 위기에 직면한 지금 ‘제2의 녹색혁명’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즉 옛것을 살펴 새로운 길을 찾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농정연구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