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 외국언론의 시각-LA타임스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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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에서 지난 93년까지 계속된 30년간의 군사통치는 놀라운경제성장과 잔혹한 민권탄압,그리고 고위공무원 부패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이제 대규모 독직사건이 밝혀지고 있다.군사정권의 마지막 군인대통령이었던 노태우(盧泰愚)씨는 6억5,300만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중 3분의1을 개인용도로 전용했다.
盧씨 체포를 불편해할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盧씨를 기소함으로써 비자금수혜자들의 이름이 밝혀질 경우 분명히 정치적 소용돌이가 발생할 것이다.비자금조성의 최대 기여자들은 한국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재벌들일 것이다.
전면조사가 진행되면 비자금을 나누어 받은 공직자들의 이름도 밝혀질 것이다.
한국의 민주개혁 및 정직한 정부운동의 선도자로 알려져있는 야당지도자 김대중(金大中)씨도 盧씨로부터 260만달러를 받았다고시인했다.그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같은 종류의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金대통령은 이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공직자부패 일소를 다짐했다.이번 스캔들로 金대통령은 불가피하게 자신은 물론 그의 정치개혁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받게 됐다.金대통령은 오랫동안 盧씨는 물론 전두환(全斗煥)씨 등 전임대통령들을 재임기간중의 범죄행위와 관련, 처벌하지 않는다는 야권의 비판을 받아왔다.金대통령은 이번 스캔들의 결과로 내년 4월의 국회의원선거에 앞서 집권당과 결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金대통령은 그 무엇보다도 아직 미성숙단계에 있는 허약한 한국 민주주의의 보루다.
金대통령이 취해야할 가장 책임있는 행동은 이 민주주의에 대한신뢰를 더 고양하는 일일 것이다.이는 오랜 군사통치로 인해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수준의 부패에 대한 제약없는 수사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정리=진창 욱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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