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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의 ‘때늦은 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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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충남 서산시 독곶리 주민들이 20일 S-Oil 정유정제공장을 지으려다 유보한 논밭에서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바라보며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지금 와서 공장을 다시 지어 달라고 하면 지어 줄까요?”

20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S-Oil㈜ 제2공장 부지. 지난해 5월 S-Oil이 건설 중단을 발표한 이후 1년이 지나 공장부지로 쓰려던 논밭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독곶리 주민 김태종(46)씨는 “일부에서 이주보상금 문제로 갈등을 빚는 바람에 기업 유치도 실패하고, 고향도 등지는 신세가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4월 인구 300명 12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독곶리는 S-Oil이 240만㎡의 논밭 위에 3조5000억원을 들여 정유정제공장을 짓는다고 하자 잔칫집 분위기였다. S-Oil도 독곶리 일대 집과 축사·비닐하우스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한 달여 만에 논밭과 임야 등 총 부지 중 70% 매입이 이뤄졌다.

하지만 40여 가구 주민이 공장 부지에 포함된 집과 축사 및 이주보상비로 가구당 최고 3억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이를 이유로 S-Oil은 남은 부지 30%의 매입을 중단했다. 이어 두 달 만에 ‘공장건설 유보’를 선언했다.

◇“과도한 요구 아니다”=논밭과 집을 판 주민들은 인근 삼길포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당장 공장을 지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 이상기(76)씨는 “지금 와서 땅을 되살 수도 없다. 이 지역이 산업단지로 지정돼 땅을 사더라도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집과 축사를 팔지 않고 있는 주민들은 이주를 거부한 채 S-Oil의 보상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김종택 간사는 “S-Oil이 공장 건설 무산을 주민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며 “다른 지역으로 옮겨 땅을 사 집을 짓고 농사를 하려면 평균 3억원 정도는 필요하다.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적정 수준에서 보상비를 받고 S-Oil이 공장을 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산시는 뒤늦게 주민 설득 작업과 함께 S-Oil의 공장 건설 재개를 요청하고 나섰다. 올 4월 사업 대상지였던 독곶리 일원 124만㎡를 자연녹지에서 전용공업지역으로 변경했다. 시의회·충남도의 승인도 거쳤다. 충남도와 협의를 거쳐 S-Oil 측에 공문도 보내 사업 재개를 촉구했다.

유상곤 서산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S-Oil 유치가 절실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각종 인·허가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이달 중 S-Oil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이완구 충남도지사에게 알-수베이(48) S-Oil 대표도 면담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아직까지 S-Oil 측의 입장은 유동적이다. S-Oil 관계자는 20일 “이미 이주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주보상비를 주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공장 건설 유보를 발표한 지난해 5월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정유공장 건설 붐이 일어 수요는 줄고 건설 단가는 올라가 당초 산정했던 건설비가 두 배 이상 뛰었다”며 “타이밍(시기)을 놓쳐 공장 건설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수백억원대 경제 효과=서산시는 S-Oil이 대산에 공장을 건설하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삼성토탈이 연간 3조7500억원(2007년 기준)의 내수·수출을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S-Oil 매출이 1조원은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120억원을 지방세로 냈다. S-Oil도 공장을 가동하면 연간 40억~50억원대의 세수가 예상된다. 자동차세 등을 포함하면 연간 100억원대에 달한다.

100~200명의 지역민도 일자리도 새로 생길 수 있다. 현재 삼성토탈이 272명,현대오일뱅크가 287명을 고용하는 등 직원 중 15~27%를 현지 주민으로 고용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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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이주 보상비로 가구당 최고 3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부분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는 “S-Oil 측에 이주 보상비로 가구당 3억원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대책위는 “독곶리 마을 주민 중 실제로 이주를 한 가구가 없고, 그동안 대책위와 S-Oil이 한 번도 공식적인 협상을 한 적이 없다. 공장 건설 무산의 이유가 주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김춘수 대책위 부위원장은 “투자 금액이 3조5000억원인 거대한 사업을 보상비 때문에 철회한다는 것은 S-Oil이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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