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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선거 정치인에 실형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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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대선과 경선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저는 이명박 캠프의 공동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다한 것뿐입니다.”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525호 법정.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재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면서 울컥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진 의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진 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비방한 전직 비서관 김유찬씨가 박근혜 후보 측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기소됐다.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진 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검찰은 “선거철마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비방과 무조건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근절시키기 위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에 대해 진 의원 측은 “캠프에서 논의돼 강하게 대응하기로 결정된 사항을 대변인으로서 말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진 의원 측 변호사는 “박근혜 측 김무성 의원이 정인봉 변호사와 친한데 정 변호사가 김유찬씨 기자회견에 동행했기 때문에 박근혜 캠프에서 김씨를 지원한다는 유추 해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엔 한나라당 장광근 국회의원 당선인이 증인으로 나왔고,이재오 의원도 방청했다.

검찰이 지난 대선 때 네거티브 공세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네거티브 관련 고소·고발은 선거 후 양측이 서로 취하했던 게 정치권 관행이었다. 하지만 선거 후에도 기소가 유지돼 실형이 구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20일 열린 통합민주당 정봉주 의원에 대한 재판에선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정 의원은 정치 영역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어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은 검증으로 끝나야지 비방 수단으로 전락하면 국가의 정치 수준만 퇴보시킨다. 사법부가 다시는 이렇게 선을 넘지 못하도록 준엄하게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 수사에서 정 의원의 공소사실을 명확히 해 줄 증거가 확보돼 제출하겠다”며 재판을 몇 차례 더 열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금까지 전혀 거론되지 않은 부분이어서 받지 않겠다”며 변론을 종결했다.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는 이날 정 의원의 재판을 지켜본 뒤 성명을 내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면 후보였던 제게 물으시라.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알려왔습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측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위증 교사 의혹을 제기해 구속 기소된 김유찬씨와 청와대의 고소로 기소됐으며, 박근혜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방한 것은 아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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