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이 달린다=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는 이달 초 베트남에 대한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상당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무역 적자가 커졌다. 지난 1년간 베트남의 무역 적자는 210억 달러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르는 규모다. 산유국이지만 정유공장이 없어 고유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탓이 컸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계류와 철광석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물가는 더 큰 부담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21.4%나 올라 12년 만에 최고였다. 곡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가 부동산에 집중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적자는 늘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외국인 투자가 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1년 전보다 늘어난 21조원을 기록했다. 단기부채도 GDP의 9% 수준이어서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권율 동서남아시아 팀장은 “베트남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펀드 환매할까?=19일 베트남 주가지수는 455로 지난해 3월 고점(1170)과 비교해 61%나 하락했다. 베트남 펀드 수익률도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9개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9338억원이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순자산액은 66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단기 전망은 더 나쁘다. 18일 베트남 당국은 기준 금리를 8.75%에서 12%로 전격 인상했다. 환율과 물가 관리를 위해 돈줄을 죄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되면 증시에도 돈줄이 마를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빠져 바닥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반등하기 위해선 1~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환매가 가능하다면 현금화를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 펀드는 대부분 4~5년 만기까지 환매가 안 되는 폐쇄형 구조다. 지금이 바닥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한국투자증권 현동식 차장은 “1997년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도 주가가 60% 정도 하락했다”며 “베트남 주가는 이미 경제상황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비중을 늘릴 때”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