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盧씨 8대의혹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6공 비자금 의혹과 관련,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는 대국민 사과문에는 8대 의혹에 대한 해명이 포함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기회에 자신을 둘러싼 6공의 각종 비리소문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는 「정도 (正道)」를 택해야 한다는게 국민의 요청이다. ◇총 비자금규모=합법.불법여부를 떠나 「통치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털어놓아야 한다.과거 정권의 불안정성을 상쇄하기 위한 「정권유지비」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소비돼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만큼 이의 규모를 밝혀야 한다.
22일 검찰에 출두한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의 진술로 광범위한 음성적인 자금모금이 드러난 만큼 이제 과연 그 액수가 얼마였는지 공개할 차례다.항간에는 노씨 재임 5년간 최소한 수천억원이상의 통치자금이 모금됐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 하다.
◇비자금 조성경위=「통치자금」을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 거둬들였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청와대뿐 아니라 비밀스런 안가(安家)에서도 돈을 수수했다는 소문도 있어 노씨의 입장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사용처=비자금을 어떻게 무슨 명목으로 누구에게 사용했는지도 노씨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지금까지 민정당에 월 30억원씩 지원하고 민정당 의원및 당직자 활동비등에 300억원(재임기간 누계)을 주는등 주로 정당활동과 관련된 자 금 제공은 대충 드러나고 있으나 다른 분야에 은밀하게 흘러간 돈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사금이나 공직자.군인사등에 전별금을 두둑하게 주었다는 것이거의 정설로 굳어진 마당에 이에대한 해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통치자금으로 쓰고 남은」돈이 최소한 300억여원으로 확인된 마당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비자금이 얼마인지도 노씨가 밝혀야할 대목이다.
◇노씨와 가족들의 재산=이번 사건으로 노씨는 자신및 가족의 재산을 자세하게 공개해야할 의무가 생겼다.88년4월 취임 직후노 전대통령은 8건의 부동산과 주식.예금등을 합쳐 전재산(부인과 모친재산 포함)을 5억2,000만원으로 공개 했다.그러나 퇴임후에는 대구의 80평형 아파트만 추가로 드러났을뿐 정확한 재산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권관련 금품수수설=6공 당시 사업성사과정에서 거액의 로비자금이 청와대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업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불가피하다.
지난 88년 서울 수서.일원지구 자연녹지를 택지로 전환해준 수서사건과 93년 차세대 전투기 선정등 군 율곡사업에서의 가액수수설,5,6공 실세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던 동화은행 사건등 수많은 비리사건에서의 노씨의 역할과 「검은 돈」거 래여부에 대한입장표명이 있어야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재산 보유여부=떳떳하지 못한 「검은 돈」의 생리상 보안유지가 철저한데다 해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씨가해외에 재산을 도피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일고있어 이에대한 답변이 포함돼야 할 것이란 주문이다.
이는 지난 93년 노씨의 딸이자 선경그룹 최종현(崔鍾賢)회장의 며느리인 노소영(盧素英)씨가 미화 20만달러를 미국은행에 분산 예치했다가 미국당국에 의해 기소당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양때 비자금 인수.인계의혹=전직대통령들의 정권 인수.인계과정에서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정권유지비등 거액의 자금이 넘겨졌다는 얘기에 대해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관련,지난 88년 대통령 선거때 전두환 전대통령이 노 전대통령에게 선거자금으로 2,550억원을 건넸음이 확인되고있다. 최근 야권에서 92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자당이 1조원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여권에선 「통치자금」이 야당쪽에도 살포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기타 의혹사건의 정책결정과정=대형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큰말썽을 일으켜 국민에게 의혹을 받았던 사업들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노씨 집권말기인 92년8월 체신부가 제 2이동통신 사업자로 사돈기업인 선경그룹 을 선정하려다김영삼(金泳三)당시 민자당대표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