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 규제법 환경부 4년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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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다이옥신 등 12가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을 규제하는 특별법 초안을 2001년 만들어 놓고도 법 제정을 미뤄 오염 물질 배출을 방치하고 있다. POPs란 다이옥신과 마찬가지로 자연생태계 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동물이나 식물의 몸에 쌓이는 유기오염물질을 말한다.

현재 쓰레기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배출은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규제받고 있지만 제철소.제련소 등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홍수열 팀장은 24일 "2001년 환경부가 특별법 초안을 마련했으나 4년이 지나도록 전혀 진척이 없다"며 "다이옥신 배출 실태를 공개하지 않는 등 정부가 POPs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상반기에 제철소의 다이옥신 배출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관련법 제정을 미루는 바람에 국제적인 약속까지 깨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 POPs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스톡홀름 협약이 발효될 당시 환경부는 "2005년 5월까지 비준하고 관련법에 협약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법 제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01년 10월 이 협약에 서명은 했으나 아직 국회 비준을 받지 못했고, 다음달 2일 우루과이에서 열리는 제1차 당사국 회의에도 회원국 자격으로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스톡홀름 협약에는 24일 현재 세계 151개국이 서명했다. 이 중 유럽 국가와 일본.중국.북한 등 97개국은 이미 비준을 거쳐 가입한 상태다.

협약을 비준하면 당사국 총회에 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 배출을 금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국가 이행계획을 보고하고 국내에서 이를 실행해야 한다.

환경부 고재영 환경정책실장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환경부가 (POPs를 규제하는)특별법 제정을 절박하게 서두르지 않고 있다"며 "국제적인 추세와 경제적.기술적 타당성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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