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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性표현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성(性)문제에 대해 툭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한시바삐 마련해야 할 것이다.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성문제는 마치 「쓰레기통에 뚜껑만 덮어 놓고 있는 양상」과도 같아서은폐될대로 은폐된 채 해결책을 전혀 찾지 못하 고 속으로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음란문서 제조.판매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마광수(馬光洙)전연세대교수는 문제의 소설 『즐거운 사라』의 후기(後記)에서 이렇게 썼다.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직에서도 물러나게 됐지만 마씨의 이같은 견해는 음 미해볼만한 여지가 없지 않다.성에 관한 대화나 표현은 피하거나 덮어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그 수위(水位)는 성개방추세와 정비례해 높아지게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한세기동안 예술작품에 있어 성표현의 한계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된게 사실이다.20세기초에 발표된 D H로렌스의 『무지개』 『채털리부인의 사랑』등 몇몇 작품은 「외설작품」으로 낙인찍혀 모국인 영국에서는 물론 전세 계 여러나라에서까지 판매금지 조치되는 곤욕을 치렀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 정도의 성표현을 음란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문제는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대담하고 과감한 성표현을 시도했을 때 발생한다.마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문학.연극.영화등의 예술작품에서 느닷없이 돌출하는 낯뜨거운 성묘사들은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침해하고 타락 시키기 십상인 것이다.
하기야 여성의 전라(全裸)나 유방의 모습이 거침없이 클로즈업되는 영화가 버젓이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는 터에 치부(恥部)까지 보이진 않는 누드사진집을 음란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여가수의 누드사진집을 냈다가 등록취소된 출판 사의 제소에대한 서울고법의 원고 승소 판결도 그같은 일반적인 성표현 풍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누드사진집에 대한 판결일뿐 일반적인 성표현의 한계가 갑자기 확대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몇몇 출판사들이 이 판결에 힘을 얻어 성을 상품화하는 기획을서두르고 있다니 이 판결의 여파가 은■히 걱정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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