企銀,부도위기 "유망중기" 첫 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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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소기업은행이 지난달 대외적으로 약속했던 「부도 유망중소기업대출」로 위기를 넘긴 첫번째 기업이 나왔다(본지 9월28일자 25면 참조).
부도 직전의 기업이라도 거래은행의 판단에 따라 부도를 막아 주는 경우는 더러 있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중소기업 부도사태 속에서 기업은행이 3,000억원의 특별자금까지 따로 마련한 채마음 먹고 골라 낸 「약속이행 1호」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화제의 기업은 서울 용산의 중소기업 ㈜비오.
㈜비오는 17일까지만 해도 교환에 돌아오는 어음 7,000만원을 못막던 처지였다.그러나 이날 오후 기업은행 용산지점으로부터 3억원의 무담보대출을 받고 나서는 하룻밤 새 「은행이 미는기업」이라는 확실한 신용보증이 붙은 우량기업이 됐다.
㈜비오는 컴퓨터나 노래방기기에 쓰이는 디지털 사운드 기술(사운드 모듈,일명 소리상자)개발로 최근 통상산업부가 주최한 산업기술혁신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까지 탔던 기업.
그러나 제품개발에 60억여원의 자금이 들어가면서 이달 들어 이 회사의 이달수(李達洙.40)사장은 심한 자금난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었다.
기업은행의 자발적 대출로 위기를 넘긴 이사장은 이제 사운드 모듈을 응용한 노래방반주기인 「CD큐」 판로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김승언(金勝彦) 기은 용산지점장은 『비오가 발행한 어음교환 일자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17일자로 3억원의 신용대출을 해 주지 않으면 부도가 날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출에 앞서 대리점에까지 나가 일일이 실사한 끝에 제품판매 전망이 밝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추가자금이 필요하면 계속 지원하겠다』고 김지점장은 덧붙였다.89년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해 종업원 60명에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비오로서는 기업은행으로부터 실로「파격적」 대우를 받는 셈이다.
특히 ㈜비오의 경우는 최근 저금리 속에 자금이 남아도는데도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과 기업의 공생을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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