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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걸어다니는 현금 강도 표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인 관광객이나 재외교민들이 현금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해외에 퍼져 한국인들이 곧잘 소매치기.강도및 도둑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대전자 연수단 모스크바 인질사건도 인질범이 피살돼 이런 점이 고려됐는지는 알 수 없지 만 우리 해외관광객들에게는 큰 경종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의 경우 여름 휴가철이면 하루 평균 3~4명의 한국인관광객이 수천달러 이상을 소매치기 당한다.그중에는 1만달러 이상 소지하고 입국하면미국 세관에 신고토록 돼있는 규정을 어겨 소매치 기를 당하고도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 소매치기범들은 공항에서 범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인관광객이 묵는 숙소까지 쫓아가 금품을 강탈할 정도로 「한국인=현금」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숙소까지 쫓아가 강탈 지난 7월8일 베트남계 강도단이 박모(56.주류상)씨의 집에 침입했다가 『왜 한국 사람 집에 현금이 없느냐』며 박씨의 부인을 권총으로 무차별 구타하고 냉장고에 있던 고추장병 밑바닥까지 뒤졌으나 현금이 나오지 않자 마침 가게일을 끝 내고 돌아오던 박씨에게서 하루 매상 4,000여달러등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뉴욕 세계의 중심지 뉴욕에서도 「코리언」은 현금을 많이가지고 다니기로 정평나 있다.
공항은 물론 상점과 가정집까지 한국인은 도둑이나 강도들의 첫번째 단골 표적이다.
회사원 M씨는 뉴욕주재 근무차 케네디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현금 4만달러를 날치기 당했다.
마중나온 동료와 주차장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 뒤따라 온 치기배가 가방째로 들고 튀어버린 것이다.
한국 여행객들의 현금도난 사건은 더 심각하다.
맨해튼의 한국여행객들이 단골로 드는 호텔치고 날치기 사건이 빈발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100달러짜리 뭉치를 어디서든 거침없이 써대니 도둑들의 단골표적이 되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모스크바 이번 현대전자직원 인질사건은 한국인 관광객들이경범죄뿐 아니라 대형범죄에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잘 보여준다.특히 한국인 관광객은 전세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하는게 보통이어서 잘못하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우범자들이 맘먹기에 따라 유사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있다는 얘기다.
***베이징 지난 4월 베이징(北京)에서 발생한 골동품상 석종영(石鐘永.34)씨 피살사건은 대표적 케이스.범인중 주범 두명은 석씨가 골동품 수집을 위해 베이징을 드나들며 알게된 골동품 거간꾼인 조선족들로 고향친구 세명을 가담시켜 치밀한 사전계획아래 석씨를 살해한 뒤 돈을 털어 도주했다 모두 붙잡혔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연변지역 역시 한국인들의 금품을 노린 범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지난해 8월 한국인 관광객 20명을 인솔하고 옌지(延吉)에 갔던 김모(34.S여행사)씨는 현금을 노린 현지 불량배들에게 납치돼 금품을 모두 빼앗기고 숱한뭇매를 맞아 식물인간 상태로 4일만에 발견됐다.
***홍콩 한해 약 30만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홍콩은 한국인들에겐 쇼핑의 천국이지만 절도범들에겐 바로 한국인을 겨냥한 소매치기의 천국이기도 하다.
***주부 「원정쇼핑」유명 반경 1㎞가 안되는 침사초이에는 매일 800명 이상의 한국인이 배회하고 있다.추석과 설날연휴를전후해서는 홍콩의 유명 백화점들이 한국 주부들에게 통신문을 발송,낮춰팔기 날짜를 통보하는 탓에 원정쇼핑온 한국인 주부들로 더욱 붐빈다.
지난해초 상사 주재원으로 부임한 김모씨가 가족과 함께 외식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부임경비를 몽땅 소매치기 당했는가 하면 주부 여행객 장모씨도 손가방을 잃어버렸다.
***파리 연간 5,000만명이 방문하는 유럽 최대의 관광지파리에서 한국인 관광객은 소매치기와 바가지의 「봉」으로 정평나있다. ***도난신고 하루 3~4건 지난달 29일 파리에서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통째로 털리는 사고까지 발생했다.범인들은 운전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차문을 뚫고 들어가 한국인 여행자 세명의 여권.항공권.현금등을 털어갔다.
이같은 도난사건이 주불(駐佛)한국대사관에 신고되는 사례는 하루에 3~4건이나 된다.
한국의 단체관광객뿐 아니라 배낭여행객들은 다른 유럽인들이 신용카드나 수표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항상 현금을 애용해 소매치기등 잡범들에게 한국인들은 최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7월25일 파리의 연쇄폭탄테러사건 이후 수천명의 군경이배치돼 비상경계를 하고 있으나 한국인 관광객의 피해는 줄어들지않고 있음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런던 영국의 한인들도 현금과 고가품을 집안에 보관하는 것으로 소문나 전문털이범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재영한인회측에 따르면 기업체.은행등의 주재원들이 몰려 사는 런던 남서부 뉴몰든지역에서만 지난 10일 H상사 조모씨가 털린것을 비롯,2개월사이 무려 5~6개 한국 가정이 털렸다는 것이다. 특히 범인들은 주재원들이 귀임 직전 소파.장식장등 값비싼고급가구와 피아노.오디오기기등 고가품을 장만하는 점을 알고 이삿짐을 싸는 시기에 맞춰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지난 92년에는 이사날짜를 정확히 알아낸 뒤 하루전쯤이삿짐센터 직원을 가장해 『사정상 약속날짜보다 하루 일찍 오게됐다』고 속인뒤 통째로 모든 짐을 훔친 사건도 몇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일현,안성규,고대훈,유상철,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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