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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인재 키워서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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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3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대우 호텔 로비.

베트남 국립대를 나온 팜피훙(27.전자공학) 등 명문대 출신 15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날 고려대 등 관계자들 앞에서 대학원 진학과 입사를 위한 면접시험을 동시에 치렀다.

고려대가 지난해 10월 LG전자와 산학 협력 차원에서 도입한 '주문형 석사'제도의 첫 번째 해외 프로그램에 응시한 것이다.

주문형 석사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에서 교육시킨 뒤 산업 현장에 직접 연결해 주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 응시자들은 지난 1월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서류 전형에 합격한 베트남 국립대 수석졸업생 구엔티후옹지앙(23.여) 등 쟁쟁한 수재들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인재를 찾는 것이고, 베트남 대학생들에게는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을 잡은 셈이다. 이날 면접에는 LG전자의 박주태(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상무와 고려대 김수원 공대 학장, 전자공학과 고성제 교수 등이 참석했다.

"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가요?"

면접관의 질문에 팜피훙은 "한국은 G7에 버금가는 선진국이고, 특히 휴대전화 기술에서는 세계 제일"이라며 유창한 영어로 답했다. 또 "다른 선진국 대학에 유학할 생각도 했지만 기업과 연계돼 취업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다는 구엔곡디엡(23.하노이공대)은 "꼭 합격해 한국의 신기술로 베트남 휴대전화 시장을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합격자(10명)는 올 2학기부터 고려대 공대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 전액 장학금.숙식 제공.생활보조금(월 20만원)을 받고, 졸업 후에는 LG전자에 채용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김수원 학장은 "베트남 국립대와 하노이 공대 측에 우수 학생들을 엄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워낙 응시자가 많아 추가 면접을 해야 할 형편"이라며 "뛰어난 해외 인재가 많을수록 대학도 국제화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베트남은 물론 중국.인도네시아 등 현지 법인이 있는 나라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우수 인력을 먼저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호텔에는 뒤늦게 면접 시험 소식을 들은 수십 명의 현지 대학생이 몰려와 "면접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노이=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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