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족 페미니즘영화에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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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페미니즘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30대 미시족 관객이 몰리고 있다.
올 가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두 작품의 성공은 소위 미시족의 절대적인 호응이 그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지난달 8일 개봉된 『개같은 날의 오후』는 지금까지 서울에서 23만명,지방에서 28만명의 관객을 끌어모 았고,이보다한달 늦게 개봉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1주일동안 서울에서만 3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다.이중 70~80%가 30대젊은 주부층이다.
여성관객이 연극이나 영화의 성공변수로 등장한지는 꽤 됐지만 이번 현상은 기존의 멜로드라마나 중년여성의 위기문제가 아니라 「자아실현」「여성의 연대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30~40대 초반의 여성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상의 차이를 보인다.이민용감독의 데뷔작인 『개같은 날의 오후』는 아파트 옥상에서 남성중심의 사회와 대치극을 벌이는 10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통쾌하게 전개되고,오병철감독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30대 엘리트여성들이 사회와 가정에서 겪는 갈등을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우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성중심의 관습을 깨기 위해서는 여성들끼리 뭉쳐야 한다든지,또는 여성들의 우정과 이해가 남자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고독과 허무를 극복하는 힘을 준다는 등의 내용은 40대 중반이상 중년여성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그래서 이번 현 상은 TV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보였던 남성들의 반응과 비교 해석되기도 한다. ***평일 아침.낮에도 북적 영화평론가 강영희씨는 『30,40대 초반의 미시족은 대학에서 여성문제를 사회적으로 보는시각을 키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자아의식.사회의식이 강했던 층으로,그런 점에서 「모래시계」에 열광한 30대 남자층과 대응된다.물론 두 작품이 모두 섬세하고 작품적 완성도가 높은 점도흥행의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한다.
30대 주부층이 두 영화를 많이 찾으면서 이 영화가 상영중인극장가에는 색다른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보통 주말에 붐비는 영화관이 평일 아침.낮 시간대에 관객이 더 많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또 관객 대부분이 자녀가 어린 주부들이 기 때문에 극장의 임시탁아방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상영되고 있는 서울 피카디리극장의 임시탁아방은 문의가 쇄도해 당초 화요일 2회상영때만 운영하던 것을 목요일 2회공연때도 문을 여는 등 2회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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