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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이슬람회화.서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뉴욕의 빌딩숲 사이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외신에 따르면 이곳에선 오는 12월10일까지 아라비안나이트보다 더 환상적인 스토리가 진행중이다.
분홍빛 페르시아 정원, 터키 블루의 아리비아의 밤, 황금빛 코란.메트로폴리탄이 95년 특별행사로 마련한 「이슬람 회화및 서예전」에는 러시아에 100년간 숨겨져 있던 중세 아라비아의 코란과 그림.서예등 이슬람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재 60점이 전시돼 문화계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중세의 이국적 팬터지를 미국인들에게 선사한 장본인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공작부인 프란체스카 폰 합스부르크.
저명한 문화재 수집가이던 티센 보르네미자 남작의 딸인 그녀는구소련이 붕괴될 무렵인 89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방과 학원 지하에 비밀리에 숨겨진 8만여점의 이슬람문화재 공개작업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프란체스카 공작부인이 주도하는 국제문화복구위원회의 후원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이단체는 러시아내 산재해 있는 소유자불명의 문화재 발굴을 주된 사업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책속의 삽화와 정교함을 자랑하는 세밀화인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품들이 원상 그대로 보존돼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카마트라 불리는,「신드바드의 모험」류의 이야기를 그린 삽화들.중동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그림들은 전세계에 불과 13점 밖에 없는데 상트 페테르부르크본이 완성도나 보존도에서 가장 뛰어 나다는 평을듣고 있다.
페르시아 민족서사시인 「샤나마」를 주제로 한 세밀화도 이번 전시회의 수확으로 일컬어진다.중세 아라비아 세밀화의 대표격인 타브리즈 유파에 의해 15세기께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샤나마세밀화는 우상금지를 철칙으로 하는 이슬람교리에 따 라 인간과 동물을 추상처리한 아라베스크 기법의 놀라운 솜씨를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된 상트 페테르부르크본은 마침 메트로폴리탄이 소장하던 같은 그림이 파손된 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물이어서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전시회의 꽃은 역시 코란이다.시각의 언어라는 아랍어로 정교하게 써내려간 코란은 미학적 효과에서도 다른 어떤 경전이 따를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시리아에서 이라크에 이르는 다양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코란들 외에도 고대 아랍문자로 쓰여진 이슬람 초기의 코란이 등장해 전문가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특히 10세기부터 이라크에서 만들어진 코란들은 금박과 아라베스크 장식,채색에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화려한 모습을 띠기 시작해 코란디자인의 변천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이색적인 것은 이슬람화가들이 기독교를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이슬람과 기독교세계가 십자군 원정 훨씬 이전부터교류가 빈번하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페르시아의 압바스왕은 많은화가들을 로마에 유학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메트로폴리탄에 나온 무하마드 자만등 당대 화가들의 그림은 오늘날 대립하고 있는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간의 화해를 도모할 수있는 몸짓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공산주의 치하에서 공개되지 못한 문화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동과 터키에 이어 이슬람의 3번째 기둥인 방대한 중앙아시아지역에는 많은 이슬람 문화재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세계의 관심이 집 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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