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인종갈등>上.흑인들의 대규모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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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OJ 심슨 사건 평결이후 미국의 흑백인종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흑인들은 16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1백만흑인 대행진」을 갖고 「블랙 파워(흑인의 힘)」를 과시하려 하고 있다.이를 지켜보는 백인들의 시선은 물론 차 갑다.미국의 인종갈등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흑인집회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가 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워싱턴 경찰당국의 전망이다.
당국자들은 이날 집회에 최대 1백만명,적어도 50만명 이상이운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백만 흑인 대행진」은 거짓말이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에서 이제까지 가장 많은 군중이 모여든 집회는 69년 베트남전 반대시위 때의 60만명.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했던 민권행진 때는 25만명 정도였다.이번 집회의 리더는 흑인으로 이슬람교 지도자인 루이스 패러컨.
집회 공동주최자인 벤저민 차비스 목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대적인 유권자등록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집회 슬로건도 「고통을 힘으로,그 힘을 투표로」로 정해지는 등 정치색이다분하다.주최측은 흑인들에게 이날 일하지 말 것 을 권장하고 있다.또 참가자들은 집회중 돈을 쓰지 말 것과 호텔 등에서 자지 말 것을 지시했다.때문에 엄청난 인원이 몰려 들고 있음에도워싱턴 일원의 호텔은 한산하다.흑인들이 단단한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집회일이 되면 그 위력은 더 할 것이다.워싱턴시 관계자에 따르면 집회참가자들을 위해 동원될 버스는 약 1만2천대.이로 인해 시내 중심가도로 대부분이 폐쇄되는 등 교통대란이 발생할 것이다.또 학교나 은행.병원에서는 흑인종사자들의 결 근으로 업무마비가 불가피할 것이다.그러나 이 정도는 불상사가 없을 경우고돌발적인 충돌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집회가 흑백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다.하지만 참가자수나 주도자.집회시기.주변상황등 모든 요소들이 인종갈등을 부추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상당수 미국인이나 소수민족들은 두렵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16일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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