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백화점에 1200억 대출 산은 거액 리베이트 혐의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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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광준)는 1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그랜드백화점 본사 등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서울 그랜드백화점에 1000억원대 대출을 해 주는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모(64) 백화점 대표이사와 대출에 관여한 관계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랜드백화점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과정에 산업은행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수천만~수억원씩을 건넸다는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여 왔다.

검찰에 따르면 그랜드백화점은 1990년대 후반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회사 운영자금 및 기존 대출금 상환 명목으로 회사채의 일종인 사모사채를 수천억원대 규모로 발행해 왔다.

산업은행은 2002년부터 이 백화점의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1200여억원(지난해 말 잔액 기준)을 연리 6~8%의 저리로 대출해 왔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대출금의 대부분은 그랜드백화점 측의 기존 대출금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 성격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그랜드백화점 측이 대형 할인점들에 밀려 유통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부동산 개발, 리조트 단지 건설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산업은행 측에 금품 로비를 벌여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랜드백화점 측은 2006년부터 경기도 가평에 100만 평 규모의 골프장과 스키장, 콘도 등을 포함하는 리조트 단지 건설을 추진해 왔다.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기존 패션 아웃렛은 폐점하고 이 자리에 대형 주상복합건물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백화점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회사에서 횡령한 자금으로 산업은행 측에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제보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국책은행을 포함한 공기업 비리를 중점 수사 중이다. 산업은행 이외에도 석유공사·토지공사·증권선물거래소·증권예탁결제원 등 공기업 및 증권 유관기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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