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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논술인문계] 각 제시문을 아우르는 핵심어 파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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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순서> 1. 이해·분석하기 2. 요약형 논술 3. 비교와 대조형 논술 4. 추론 (上) 추론이 왜 필요한가 (下)추론의 확장 및 적용

<집필> ▶강혜원 중동고(도덕·윤리) ▶김광원 정의여고(국어) ▶이만석 청량고(국어) ▶정규희 용화여고(사회·경제) ▶최윤정 여의도고(영어) (가나다순)

STEP 1 오늘의 논술 들어가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어릴 적 친구들과 자주 불렀던 노래다. 이 어휘들은 서로 낯설지만 연관돼 있다.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주는 말을 통해 하나의 내용, 혹은 원숭이 엉덩이에서 비행기까지 그 내용이 확장된다. 마치 사람들이 ‘싸이월드’라는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1촌 맺기와 친구 파도타기로 서로 만나듯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하나로 이어진다.

이것이 곧 공통 연결어와 의미의 차이다. 공통 연결어는 제시문 간 연관 관계를 묶어 주는 핵심어를, 의미 차이는 공통 연결어가 각 제시문에서 사용될 때의 의미 차이를 말한다.

이는 하나의 공통 핵심어가 여러 글에서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는 면에서 다의어나 유의어의 관계와 유사하다.

비교와 대조형 논술의 일반적인 유형은 ‘작성 목적의 차이에서 드러나는 두 족보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라<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문화 소비에 대한 제시문 ㈎ ㈏ ㈐에 나타난 학자들의 견해를 비교하라<2008학년도 한양대 정시>’처럼 제시문 간의 차이점 혹은 공통점을 비교하는 논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2008학년도 한국외대 수시2·정시> 논술에선 [제시문]과 [자료3]을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시문]에서 찾고, 그 키워드가 [제시문]과 [자료3]에서 어떤 의미 차이를 지니는지 비교 서술하라는 논제가 출제됐다.

이런 논제를 해결하려면 제시문 간 공통점(주제·제재·예시 등)을 핵심어로 묶는 훈련이 필요하다. 각 제시문들의 내용을 아우르는 핵심어를 정하고, 이 핵심어가 각 제시문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STEP 2 교과서 열어보기

▶ 문제 : 각 제시문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핵심어(제목)를 정하고, 이 핵심어가 각 제시문에서 어떤 의미 차이를 보이는지 서술하시오.

(가)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 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네.

최치원 『제가야산독서당』,

<문학 (디딤돌·블랙·중앙·교학사)>

(나) 설계두는 신라의 귀족 자손이다. 일찍이 친구 네 사람과 술을 마시며 각기 그 뜻을 말할 때 “신라는 사람을 쓰는 데 골품을 따져서 그 족속이 아니면 비록 뛰어난 재주와 큰 공이 있어도 한도를 넘지 못한다. 나는 멀리 중국에 가서 출중한 지략을 발휘하고 비상한 공을 세워 영화를 누리며, 높은 관직에 어울리는 칼을 차고 천자 곁에 출입하기를 원한다.” 라고 하였다. 그는 621년 몰래 배를 타고 당으로 갔다.

<국사 ⅲ 통치구조와 정치활동>

(다) (후백제 견훤을 섬겼던) 최승우는 당나라에 유학 가 급제하였으며, 그가 지은 글은 4·6문 5권이 있는데 스스로 서문을 지어 호본집이라 하였다. 후에 견훤을 위하여 격문을 지어 우리 태조에게 보냈다. (신라 말기 고려 왕건의 휘하에 들어간) 최언위는 나이 18세에 당나라에 유학해 급제하였다. 우리 태조가 개국하자 조정에 참여하여 벼슬이 한림원 태화사 평장사에 이르렀으며, 죽자 문영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국사 ⅵ 민족문화의 발달>

▶ 해설 : (가)는 당나라에 유학해 과거 급제하고, ‘토황소격문’으로 문명을 떨친 최치원이 신라 정치 개혁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하고 은거할 때 지은 시다. ‘늘 시비하는 소리가 귀에 들릴까’라고 작가는 걱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타 제시문과의 관련성 속에서 탐색해야 한다.

(나) 설계두는 골품제로 인해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 상황을 이유로 당나라로 떠났다.

(다) 최승우와 최언위는 신라 사람으로 당나라에 건너가서 급제하고, 높은 벼슬에 이르렀다.

▶답안 작성 과정

제시문 간 공통 제재 : 골품제

각 제시문에서의 골품제의 의미

(가) 골품제는 인간에게 좌절과 실의를 주고, 인재를 은둔하게 만든다.

(나) 골품제는 능력을 제한시키고 인재를 해외로 유출시킨다.

(다) 골품제를 극복하기 위해 당나라로 가서 인재로 등용됐다.

③ 의미 차이 : 제시문 (가), (나)는 골품제를 통해 인간의 능력이 한계 지어지는 상황으로, (다)는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계기로 골품제가 활용되고 있다.

▶ 예시답안 : 제시문을 아우르는 핵심어는 ‘골품제’다. (가)는 최치원이 난세를 만나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은거한 것은, 세상 사람들의 시시비비 소리가 귀에 들릴까 두려웠기 때문이고, 이 소리는 골품제로 인한 좌절과 실의를 의미한다. (나) 역시 재주와 공이 있어도 골품제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현실을 설계두를 통해 제시한다. 그러나 (다)는 능력과 실력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당나라의 사례를 최승우와 최언위를 통해 골품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따라서 (가), (나)는 골품제의 모순을, (다)는 골품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골품제’가 활용된다.


STEP 3 기출문제 다시 보기

▶2008년 3월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어영역 16번

[제시문] 어떻게 보면 동양의 옛 그림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서양의 그림에 익숙하다 ①보 동양의 그림을 서양화를 ②보는 눈으로 감상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과학적 표현만이 우수한 회화라고 ③ 수는 없는 일이다. 서양 그림도 현대 회화에서는 대상을 재현한 그림보다는 뜻을 가진 그림이 오히려 더 성행한다. 동양의 그림은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이다. ④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는 대로 그렸다. 그래서 묘사적이 아니라 개념적이다. 동양의 그림은 동양적 시각으로 ⑤보아야 한다.


▶ 문제 : ①~⑤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앞말이 뜻하는 상태가 뒷말의 이유나 원인이 됨

② 눈으로 대상을 즐기거나 감상하다

③ 대상을 평가하다

④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

⑤ 어떤 결과나 관계를 맺기에 이르다

▶ 해설 : 다의어의 다양한 의미들을 문맥 속에서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은 공통 연결어와 의미 차이를 찾는 능력과 유사하다.

‘보다’는 ④의 ‘본’처럼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가 중심 의미다. ①은 ‘앞말(‘익숙하다’)의 상태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서술하는 보조용언으로 쓰였고, ②는 ‘눈으로 대상(‘서양화’)을 즐기거나 감상하다’, ③은 ‘대상(‘서양의 과학적 표현’)을 우수하다고 평가하다’, ⑤는 <②처럼 동양의 그림을 동양적 시각으로 ‘감상하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답:⑤>


STEP 4 실전 응용하기

▶ 제시문 (가)와 (나)를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를 (가)제시문에서 찾고, 그 키워드를 활용해 (나)제시문을 설명하시오.

(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자연 현상과 사회·문화 현상이 있으며, 사회·문화 현상의 특성은 자연 현상과의 비교에 의해 잘 나타난다. (중략) 사회·문화 현상은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파괴되는 인위적인 질서에 의해 유지된다. 인위적인 질서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에, 사회·문화 현상의 인과 관계를 찾아내고 이해하기가 자연 현상에서보다 더 어렵고 명확하지 않다. (중략) 사회·문화 현상은 인간이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치 함축적이다. 그것은 동물의 짝짓기와 인간의 결혼의 차이에서 잘 나타난다. 결혼은 남녀의 사랑, 신뢰, 존경 등의 가치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의미와 가치, 규범이 사회와 역사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사회·문화 현상은 시간적·공간적 특수성을 지닌다. 어떤 사회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사회에서는 정반대의 것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시대에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것이 시대가 바뀜에 따라 하찮은 것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류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이상이나 모든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문화 현상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도,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행복, 평화, 정의 등은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사회문화 ⅰ 사회, 문화 현상의 탐구(금성)>

(나) 우리 인간사회에 벌어진 사건 중에 9·11테러만큼 끔찍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눈을 감아도 자꾸만 보인다. 마치 내 심장 한복판에 내리 꽂히는 비수처럼 건물의 중앙을 향해 돌진하던 그 비행기가 점점 더 크게 다가온다. 지난 수천 년 간 우리 모두가 그토록 소중하게 쌓아온 생명 경외, 인간 존엄, 민주주의 따위의‘문화 허례’들이 한순간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던 그 소리가 자꾸만 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자연계를 통틀어 동반 자살을 할 줄 아는 동물은 개미나 벌 같은 이른바 사회성 곤충들과 인간뿐이다. 하지만 자기 군락이 위험에 처하며 가차 없이 날아와 적의 몸에 독침을 꽂고 장렬하게 죽어가는 꿀벌들의 행동은 그저 잘 다듬어진 방어 본능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죽음에 스스로 거창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오랜 시간 계획하는 동물은 우리 인간밖에 없다.

김병종 『나의 생명 이야기』, <사회문화ⅰ 사회, 문화 현상의 탐구(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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