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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먼저 학원 보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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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는 고정된 방법이 없다. 똑같은 교육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객체가 아닌 주체인 인간은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가는 시행착오를 거쳐 자녀의 성격과 특성에 맞는 교육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자녀교육이다.

교사들은 학원교육이 꼭 필요한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하지만 실상 교사의 자식들도 지금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부모가 자녀를 학원을 보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에 대한 구체적인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예능에 뛰어난 아이들이 학원에 다닌다는 말을 듣거나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적성이나 특성에 대한 고려나 어떠한 목적의식 없이 학원을 보내고 여러 차례 '학원 보내기'식의 자녀 교육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부모는 내 아이가 학원에 다니면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와 '내가 이만큼 아이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내세우기용 과시욕'을 학원을 보냄으로써만 채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원은 부모가 자녀 교육에 책임을 져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끊을 수 없는 족쇄가 되고, 아이가 필요로 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보조 교육 수단이 아닌 일종의 부모의 자녀 교육용 보험이 된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보통 얼마 동안 학원을 다니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학생이라는 신분을 얻고 가장 먼저 학원을 다니게 되는 시기(예체능이 아닌 보습・단과・종합학원)가 초등학생 때이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까지 여러 학원들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게 되므로 한 아이가 학원을 다니는 보편적인 기간은 대략 12년 정도다. 12년 동안 휴일도 없이 열심히 다니게 되는 이러한 학원들이 과연 내 아이 학업 성취와 공부에 보탬이 되어 주고 있는가?

옆에서 지켜 본 자녀 교육에 성공 했다 인정받는 훌륭한 교사들은 이러한 학원 교육은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내 아이도 보내야만 한다는 식으로 학원 교육을 접근하면 큰 낭패를 당한다는 것이다. 정작 내 아이는 학원을 다니려는 의지도 전혀 없고 다녀야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는데 다른 아이들이 다니기 때문에 내 아이도 다녀야한다는 '옆집 따라'식 교육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에게 교육적인 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 욕심에 학원에 보내진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는 동안 뚜렷한 목적 의식이나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쉽게 지치게 된다. 또한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할 아이들에게 공부를 함으로써 얻고자하는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나 자아 효능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공부 자체가 피하고 싶고 하기 싫은 짐과 오르기 힘든 벽이 되어 버린다. 결국 아이들에게 공부란 원래의미인 '자체의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을 상실하고 '누군가가 시키니까 해야만 하는 하기 싫은 것'으로 잘못 정의 내려지게 된다.

그래서 훌륭한 교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 아이가 학원을 보내달라는 말을 할 때까지는 절대로 학원에 보내지 말아라.
스스로의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부모에게 학원 다니기를 요구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려라.

이 때 주목해야 할 특이한 점이 있었다. 훌륭한 교사들은 아이의 입에서 학원 보내달라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지도 않았고 한 두번 학원에 보내달라는 아이의 요청에는 들은 척도 안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아이에게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라' 라는 말만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계속 학원에 다니기를 희망하거나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그때 아이와 구체적으로 학원에 관해서나 배우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학원에 다녀야하는 이유나 그것을 배워야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보도록 하여 스스로 학업 목표를 세우게 하고 학원을 다니게 될 때 이전과는 달라지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도록 하여 학원·학업 계획서를 부모와 함께 만들어 가며 아이 스스로 학원에 다닌 것에 대한 목표의식을 갖도록 하였다.

덧붙여 앞으로 학원을 다니게 될 경우 일정시간을 학원에 할애하게 되므로 발생하는 시간 활용의 변화와 부족한 여가 시간은 스스로의 선택임을 인지시키고 학원을 다니는 동안 부모가 부담해야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학원을 이유 없이 빠질 경우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여 아이와 일종의 협상 과정을 통해 '학원 가기'를 스스로 선택하게 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아이가 학원을 빠지지 않게 하거나 학원을 보내주었으니 성적을 올릴 의무감을 심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심어주어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취의지'를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발판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먼저 학원으로 아이를 떠밀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아이 스스로 '학원 가기'를 결정 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올바른 학원 보내기 방법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원마다 교육 수준과 거리, 규모와 강사의 질 등에 관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직접 학군 내 또래 아이를 키우는 다른 학부모들의 생각을 들어본 후 주변 학원들을 직접 눈으로 살피고 다리품을 팔아야 좋은 학원을 고를 수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훌륭한 교사들은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아이에게 학원을 스스로 선택하여 다닐 수 있는 학원 선택권을 주고 있었다. 그 조건은 수준별 맞춤형교육이 이루어지는 학원(매월 시험을 통해 Level이 바뀌는 학원)이다. 아이가 Level up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지만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는 이후 학원비를 낼 때마다 한번 씩 아이에게 이런 짧은 질문들을 한다고 한다.

'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니? '
' 너의 처음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했니?'
' 학원 다니는 것이 너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니?'

대답이 어떻든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내 아이가 잊지 않게 하기 위한 질문들이라고 한다. 이 때 만약 아이가 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학원이 다니기 싫어졌다거나 학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니지 않아도 된단다. 너에게 학원가는 것을 억지로 강요할 사람은 없단다. 우리는 언제나 너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한단다. 공부라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네 자신이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신중하게 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니?'라고 말이다. 결국 다음 선택권도 아이에게 주는 것이다.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사교육에 대해 논한다는 자체가 어폐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네 아이들이 무조건적인 부모의 욕심으로 학원으로 내몰려 거의 대부분의 소중한 시간들을 아무런 목적의식과 성취감 없이 무의미하게 버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변의 훌륭한 교사의 자녀 교육법을 소개하여 학원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학원선택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고 싶었다.

맘껏 뛰놀고 많은 것을 직접 체험하고 즐겨야할 초등학생 아이들 마져 자신의 성적=미래의 자기 모습 이라 여기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 돼 보인다. 학습의 주체는 아이이다. 부모가 차려준 밥상에서 떠먹여주는 음식만 챙겨먹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밥상을 차리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칼럼을 마친다.

▶ 부모가 먼저 학원 보내지 마라-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