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장바이러스 … 손 씻기가 우리 가족 ‘예방 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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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는 장바이러스, 서울엔 AI 유행으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근심이 크다. 특히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어린이 감염병은 극성을 부리기 마련이다. 실제 국내에선 지난겨울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도 아직 발견되고 있고,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 환자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어린이 감염병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무균성 수막염(뇌막염) 환자 늘어=중국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장바이러스의 유형은 ‘엔테로 바이러스(EV71)’다. 70여 종의 장바이러스 중 가장 치명적이다. 증상은 섭씨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고, 손·발이나 입안에 물집과 발진, 궤양을 동반한다.

특히 6개월에서 5세 유아가 주로 걸리지만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한다. 일반적으로 4월에 발생해 장마가 시작되면 감소하지만 전염성이 강해 당분간 지속될 전망. 따라서 유아를 동반하고 중국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은 특히 유념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어린이를 중심으로 무균성 수막염 환자가 늘고 있다. 뇌를 둘러싼 막(수막)에 바이러스가 감염하면서 발병한다. 역시 주범은 20~30㎚ 크기의 미세한 장바이러스다.

장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환자의 대변이 손에 묻었다 다시 입을 통해 몸에 침입하면서 무균성 뇌막염을 비롯, 손·발·입 등에 물집을 초래하는 수족구(手足口)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초래한다.

물론 장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환자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침범 장기와 정도도 다양하다.

최근 유행하는 뇌수막염은 수막에 염증이 생긴 병. 뇌압이 올라가면서 환자는 심한 두통, 뿜는 듯한 구토,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확진은 척수액 검사로 가능하다. 물론 척수액 검사를 꺼리는 보호자가 많다. 하지만 세균성, 혹은 결핵성 뇌막염과 확실히 감별하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결핵성 뇌막염은 결핵약, 세균성 뇌막염은 항생제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수막염은 뇌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좋아지길 기다려야 한다. 바이러스를 박멸시키는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부분 발병 1~2주가 지나면 후유증 없이 완치된다.

◇AI(조류 인플루엔자) 얼마나 위험한가=어린이 대공원에서 고(高)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 H5N1형)가 발생하면서 감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AI는 말 그대로 새에서 발생하는 인플루엔자다. 인간에겐 당연히 낯선 바이러스라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다. 1997년 홍콩에서 18명의 환자가 첫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376명의 환자가 발생해 238명이 사망, 감염자의 63%가 사망했다. 치사율은 높지만 다행히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 ‘종(種)간 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즉 동종(同種)인 조류끼리는 공기를 통해 쉽게 감염되지만 이종(異種)인 사람에겐 전파가 쉽지 않다.

실제 AI에 감염된 환자들은 모두 닭·오리 등과 ‘직접’ 접촉하다 바이러스가 전파된 경우다. 조류에서 사람으로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으며, AI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AI를 전파시킨 예도 아직 없다.

참고로 RNA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에 따라 A·B·C형이 있다. A형은 아형(亞形)에 따라 H3N2·H1N1·H5N1·H2N2 등으로 나뉜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H5N1형이며, 겨울부터 현재까지 사람에게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H3N2형이다.

따라서 서울에서 AI가 발생했다고 해서 서울 시민들이 AI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와 접촉하는 일은 피해야 하며, AI에 저항성이 큰 비둘기도 가급적 안 만지는 게 좋다.

◇예방 첫걸음=지금부터 번창할 각종 감염병으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는 길은 손씻기의 생활화에서 출발한다. <표 참조>

외출 후는 물론 화장실 다녀온 뒤, 식사 전, 부모님은 요리 전 비누로 아이와 손씻는 습관을 함께 들여야 한다.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도 삼가야 하며, 사람 많은 장소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또 아이가 열이 나거나 설사·구토·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땐 ‘날씨가 풀렸는데도 감기에 걸렸나?’하는 식으로 마냥 방치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과 대비책을 세우는 게 안전하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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